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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가 손짓하고 화조는 품에 안길 듯|중국역대서화 특별전 16∼25일 현대미술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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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에서 감상을 위한 회화가 크게 진작되고, 특히 산수화가 본격적인 발전을 시작하였던 것은 아무래도 당대부터라 하겠다. 이 때에는 인물화가 극성 하였을 뿐만 아니라 화제가 다양화하고 화격이 높아졌으며 화기와 화론에 있어서도 전에 없는 발전이 이룩되었다.
산수화에 있어서도 왕유를 중심으로 한 수묵위주의 문인화가 성취되고 이사훈·소도 부자를 중심으로 한 청록산수가 발전하게 되어 회화상의 계보가 차차 또렷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계보가 뒤에 명대의 훈기창이나 막시룡 등에 의해 남북종화의 시원으로 간주되게 된다.
오대와 북송대에 산수화는 눈부시게 발달하였다. 형호·관동·동원·거연·이성·곽희·미불 등은 당시 화단의 경향을 대표하는 거장들이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화북지방의 웅장하고 험준한 산과 한림을 즐겨 그렸던 이성과 곽희는 소위 이·곽파의 개조로, 그들의 화풍은 어느 땐가 우리 나라에 전해져 조선왕조 초기의 안견파 화풍의 토대가 된다.
그리고 미불과 그의 아들 미우인이 이룩한 이른바 미법산수도 우리 나라의 회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중국의 회화는 남송대에 이르면 이당·마원·하규·유송년 등의 뛰어난 화원들이 배출되어 종래의 산수화와 판이한 새로운 화풍을 이룬다. 화북지방의 웅장하고 험준한 산수를 화폭에 담던 북송대의 전통적 화풍을 벗어나, 나지막한 산과 넘쳐흐를 듯한 물과 그 사이에 짙게 깔린 안개 등 강남지방 특유의 자연환경을 이 시대의 화가들은 즐겨 그렸다.
이러한 잔산잉수식의 산수는 대체로 근경에 역점이 주어지며 원경은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듯 시사적으로 표현된다. 구도가 한독에 치우치고 부벽준을 즐겨 쓰는 것도 이 시대 회화의 한 특색이다.
하규는 마원과 함께 마하파의 비조로 남송대의 이러한 화풍상의 특색을 형성한 대표적 화원이다. 끝없이 전개되는 산천을 묘사한 그의『계산무진도』는 마하파 화풍의 일면을 잘 엿보여준다.
마하파 화풍도 우리 나라에 전해져 조선초기 이래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원대에 이르면 전선·고의를 찾자고 주장한 조맹부를 거쳐 황공망·예찬·오진·왕몽 등 원말 4대가에 의해 남종문인화가 대성된다. 그리고 명대에 계승되어 심주·문징명 등의 오파 화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심주와 문징명은 원말4대가의 화풍을 토대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던 명대의 대표적 문인화가들인데, 그들의 화풍은 늦어도 17세기초부터는 우리 나라 화단에도 알려져 종종 수용되곤 했다. 표암 강세황의 『벽오청서도』같은 것은 비록 화보를 통한 것이기는 하지만 심주를 방작한 좋은 일례다.
이번에 출품된 심주의 『자조도』는 수묵사의화조화 계통의 그림으로 그의 높은 색격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
중국의 남종문인화는 명대 오파화가들의 손을 거쳐 청대로 그 맥락이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청대에는 왕시민·왕감·왕휘·왕원기·오력·운수평 등의 정통파 화가들 외에도 개성이 강한 주답·도제 등의 명조유민화가들과 양주팔괴 등의 수다한 화가들이 나타나 크게 활동했다. 이들의 화풍 역시 조선후기부터 우리 나라 화단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사왕오운의 정통파 화가들 중에서 왕원기는 저술에도 진력하여 청대 이후의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 회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 『패문재서화보』를 남기기도 했다. 왕원기의『산거도』는 언뜻 보기에 간단하고 단조로운 듯 하면서도 사실은 매우 복잡하게 얽히고 교차된 형태를 표현하고 있다.
이 『산거도』의 화풍은 원말의 황공망, 명대의 심주·문징명·동기창 등의 화풍과 어느 정도 유관하다. 그러나 대각선을 이루며 물러서는 산의 포치나 동글동글한 밀집된 반두, 촘촘한 필선 등은 왕원기가 그들로부터 현격히 벗어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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