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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 타고 뜬 정기고 '너를 원해' 로 대세 입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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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 상반기 최고 히트곡이 ‘썸’이라면, 최고 라이징 스타는 정기고(34·본명 고정기·사진)다. 씨스타의 소유와 함께 부른 이 곡으로 데뷔 13년차인 그는 일약 ‘국민썸남’ ‘음원 대세’로 떠올랐다. ‘썸’의 잔향이 여전한 가운데 그가 신곡 ‘너를 원해’를 발표했다. ‘썸’보다 리드미컬하고 직설적인 가사로 정기고 본연의 모습에 더 가까워졌다. 13일 만난 그는 “썸은 다신 없을만큼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며 “이번엔 소유 없이 홀로 대중에 나서는 것이라 부담이 컸다”고 했다.

 신곡은 2년 전 ‘유어 바디’란 곡에서 한차례 호흡을 맞췄던 래퍼 빈지노가 피처링을 도왔다. 가성을 적재적소에 쓰는 정기고의 유연한 보컬과 빈지노의 절도있으면서 남성적인 랩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이 곡은 공개 직후 멜론 차트에서 2위를 기록했다.

 사실 이런 대중의 환호는 언더 힙합신에서 검증받은 음악성에 비하면 뒤늦은 감이 있다. 2002년 데뷔한 그는 수많은 래퍼들의 피처링에 참여했고, 5장의 싱글과 1장의 미니앨범을 발표하며 ‘힙합 보컬리스트’라는 국내에서 전례없는 길을 걸었다. 2012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R&B 소울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인 스타쉽엑스와 계약하며 언더에서 오버로 무대를 옮겼다.

 “언더에서 할 수 있는 음악은 다 해봤어요. 반전 메시지를 담은 ‘NOWARNOCRY’ 같은 곡은 그 때밖에 만들 수 없는 곡이잖아요. 어릴 때 기획사에 들어가 트레이닝을 받는 길도 있지만 저는 혼자 음악을 할 자신이 있었고, 제 아카이브가 쌓인 다음에 기획사와 대등하게 소통하고 싶었어요.”

 정기고의 표현대로라면 그의 독특한 음색과 스타일은 야생에서 홀로 ‘막 구르며(?)’ 체득한 것이다. 악보를 그리는 대신 래퍼들이 랩을 쓰듯 작곡을 배웠고, 힙합의 자장 안에서 고음을 지르기보다 리듬감과 느낌을 살리는 보컬을 연구했다. 탄탄한 내공에 기획사의 전문 마케팅이란 날개가 달린 셈이다. 그는 이제 스타가 되고 싶은 걸까.

 “박지성 선수가 ‘축구는 잘하고 싶지만 유명해지는 건 싫다’고 했잖아요. 비교할 순 없지만 저도 그래요. 그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곡을 들려주고 싶을 뿐이죠.”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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