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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3년 만에 빛났다 … 한화케미칼, 흑자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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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화의 태양광 사업이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한화케미칼은 14일 올 1분기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태양광사업에서 241억원의 이익을 내 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4991억원으로 전분기(5100억원) 대비 2%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태양광 사업은 그룹의 ‘미운 오리새끼’라는 오명을 벗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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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는 2010년 8월 나스닥에 상장돼 있던 중국 태양광 업체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를 4300억원에 인수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이 신(新)성장동력으로 태양광 사업을 꼽기 시작하면서 신규 투자는 태양광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듬해엔 한화케미칼을 통해 태양광 발전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사업까지 진출해 발판을 넓혔다. 연간 1만t에 달하는 폴리실리콘 생산 결정은 당시로서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태양광 시장의 업황이 악화되고 폴리실리콘 가격이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던 때였기 때문이다. 2012년엔 유럽 금융위기로 독일 태양광 업체인 큐셀이 파산신청을 하자 한화는 이를 인수했다. 시장은 “무모하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한화는 되레 2020년까지 세계 1위의 태양광 업체가 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한화큐셀 인수에 성공하면서 한화는 단박에 태양광 시장에서 세계 3위의 지위에 올랐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계열화’에 성공한 셈이어서 내부의 기대가 컸다.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얼마나 많이 전환하느냐, 원료 수급과 시공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른다고 봤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은 빛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작은 실리콘 결정체인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을 원료로 한다. 이를 덩어리로 뭉쳐 ‘잉곳’을 만들고 이것을 얇은 원판인 웨이퍼 모양으로 자른(한화솔라원) 뒤, 반도체를 생산하듯 태양광 발전 셀과 모듈(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을 만들어 발전 시스템을 적용해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계열화를 하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공급과잉으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폭락을 거듭했다. 태양광 업체들은 줄도산하기 시작했다. 적자행진에선 한화 역시 비켜갈 수 없었다. 2012년 4분기엔 221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적자가 1491억원에 달했다.

 적자의 늪에서 가장 먼저 탈출한 것은 한화큐셀이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1)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CSO)은 큐셀 인수를 주도한 뒤 아예 한화솔라원에서 적을 옮겨 왔다. 김 실장은 아예 독일로 거처를 옮겨 태양광 마케팅에 집중했다. 지난해 9월 한화큐셀은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11월 한화큐셀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000억원의 ‘실탄’을 제공하면서 힘을 보탰다. 글로벌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이 필요했던 큐셀은 이후 유럽과 북미 시장 등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을 따내기 시작했다. 올 3월에는 영국 케임브리지 지역에 24.3메가와트(MW)급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해 가동에 들어갔다. 최근엔 환경이 오염돼 미국 연방환경청(EPA)의 관리 대상 지역이었던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메이우드에 10.86MW 규모의 발전소를 세우기도 했다.

 발전소 개발과 시공이 탄력을 받은 데 이어 ‘원료’ 시장에도 서서히 훈풍이 불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초 ㎏당 15달러까지 내려갔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 4월 22달러까지 올랐다. 5개월 연속 20달러 수준을 유지하면서 안정세를 이어가자 한화케미칼의 공장 가동률도 100%에 육박했다.

 한화는 올해 태양광 사업 전망을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김희철 한화큐셀 대표는 “유럽과 아시아의 생산라인을 풀 가동하고 있다”며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 한 해 한화큐셀은 1~1.2GW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NPD솔라버즈도 올해 태양광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50GW 규모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낙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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