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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삼성 백혈병 문제, 산재 혁신 계기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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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7년여간 끌어온 삼성전자의 백혈병 산업재해 논란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삼성전자는 14일 “근로자와 가족의 아픔에 대해 저희가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또 산재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직원에게 합당한 보상을 약속했다. 이번 논란은 2007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황씨의 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로 인정해 달라면서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이 불승인 처분을 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졌다.

 역사상 가장 먼저 도입된 사회보험은 질병보험과 산재보험이다. 근로자가 일을 하는 중에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게 될 때 이를 보상하는 것은 경제사회의 근간을 받치는 가장 기본적인 복지 틀이다. 최근 단순 사고보다 첨단작업 환경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의 보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들 질병이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발병과 직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돼야 한다. 이번 논란이 7년 넘게 지속된 것은 근로복지공단과 법원, 국내외 검사기관이 엇갈린 인과관계 판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근로복지공단은 법적·의학적 판단에 의존해 조기에 해결할 기회를 놓쳤다. 뒤늦게나마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인 것은 다행이다.

 2013년 기준으로 국내의 산재 사망자 수는 근로자 1만 명당 0.71명이다. 불명예스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1위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업들은 작업장 환경을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 또 정부는 재해 인정 절차나 기준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