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정책, 금융억제에 집중 내수산업에 극심한 자금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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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의 통화억제책이 금융에만 일방적으로 집중됨으로써 간접금융에 주로 의존해온 내수산업이나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격심해질 전망이 다.
정부가 강력한 대출억제와 회수, 당좌대월 반감, 수출금융·상업어음 재할 축소 등 일련의 비상수단을 잇달아 채택하면서 단자 등 제2금융권여신까지 규제하자 이미 시중 사채금리가 뛰고 대월이 막힌 중소기업들은 부도의 우려가 짙어지고있다.
예년 같으면 재정집행과 자금살포가 4·4분기에 집중되어 연말에 몰린 자금수요를 상당부분「커버」해왔으나 올해는 통화평준화시책 때문에 4·4분기의 한도여유가 거의 없다. 지난해의 경우 4·4분기 월 평균 국내여신이 9백45억원이나 되어 이기간증 통화 양도 7백22억원씩 늘어났으나 올해는 재정안정계획상의 한도가 2백41억원 밖에 안 남아 월80억원의 대출밖에 할 수 없다. 통화량은 9월말로 이미 연간 억제 선을 1·7%나 넘어서 한도를 지키자면 월 평균 87억원씩 환수해야할 처지다.
통화집중에 의한 「인플레」압력을 줄이기 위해 새로 채택된 통화평준화정책이 오히려 시중자금사정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다.
이처럼 자금여유가 없는데도 금융 쪽의 긴축만 잇달아 강화될 경우 으레 중소업계나 내수산업만 탈락되는 것이 상례여서 시중사채금리는 벌써부터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있다.
이번 주 들어 평균사채금리는 지난주의 3∼4%에서5∼6%로 평균1∼2%씩 올랐고, 1백만원미만의 소액사채는 그나마 구하기조차 어렵게 되었다.
특히 업계에서는 대월 한도의 일률적인 반감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어 다른 융통경로가 없으면 11월부터 부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통화당국은 긴축에 따른 자금난을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으로 해결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자본규모도 작고 담보능력도 미약한 영세기업들은 그나마 사채발행이나 증자도 어려워 타격이 가장 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계에서도 이 같은 금융비상수단이 자금의 원활한 흐름을 막는 부작용만 두드러질 뿐 긴축의 실효는 적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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