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이 무법…비 두 정치범 탈출 극|「로페스」·「오스메나」가 미국에 망명하기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계엄하의「필리핀」감옥에서 두 정치범이 극적으로 탈출, 미국에 망명한 사건이 발생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세르기오·오스메나」3세(33)와「유제니오·로페스」2세(48).「오스메나」는 바로 평생「필리핀」독립 운동에 몸 바치고 독립 전「필리핀」연방의 2대 대통령이었던「세르기오·오스메나」의 손자이며 아버지 또한 지난 69년의 마지막 자유 선거 때「마르코스」에게 패한 자유 파 후보였다.
「로페스」는 계엄 전에 엄청난 상공업 및「커뮤니케이션」제국을 지배했던 가문의 자손이다. 그는「마르코스」정권을 맹렬히 비판하다 72년 계엄발포와 함께 폐간된「마닐라·크로니클」지의 발행인이었다.
이들은 계엄 두 달 만에「마르코스」암살 음모혐의로 체포되었으며「마닐라」근교의「필리핀」육군사령부「포트·보니파치오」에 감금되었다.
물론 이들은「텔레비전」·냉장고가 갖추어진 방에 갇혀「마르코스」의 너그러운 처우의 본보기로 국제 인권기구들에 내세워지곤 했다.
그러나 지난주 이들은「제임즈·본드」의 모험을 무색케 하는 신출귀몰한 수법으로「필리핀」을 탈출, 무사히 미국에 도착했다.
이 탈출 극은 애초 75년 여름부터 면밀하게 짜여졌다.「로페스」의 두 아들과 미국에 사는「로페스」의 친척「스티브·프시나키스」와 전「필리핀」상원의원「라울·만글라푸스」가 탈출 지원책이었다.
먼저「로페스」의 아들들이 면회 때마다 줄·철사·끊는 기구·「카키」복 등을 가져왔다.
한편「만글라푸스」와「프시나키스」는「세스나」320쌍 발 비행기와 미국인 조종사를 대기 시켰다.
탈출하던 밤 두 사람은 철창을 줄로 끊고 목욕탕 창 밖으로 밧줄을 늘어뜨려 들키지 않고 나갈 수 있었으며 외벽까지는 풀밭을 3백m나 기어간 다음 보초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3시간을 기다려 철조망을 끊고 담 밖으로 나왔다.
이들은 밖에 이미 대기하고 있던 차를 타고「마닐라」북쪽 1백「마일」지점에 있는 사용되는 일이 거의 없는 군용 활주로가 있는「링가엔」까지 갔다.
새벽이 되자「세스나」기가 나타났으며 5사람은「홍콩」으로 비행했다. 거기서 이들은「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마닐라」에서는 이들 두 사람이 탈옥을 하는데 받은 여러 가지 지원의「소스」에 관해 억측이 분분하다.
이들의 탈출에 2명의 미국인이 관련된 사실로 해서 주미 미대사관은 적잖은 당혹을 치르고 있다. 심지어 미국무성 관리들이 이 탈옥을 주선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마르코스」대통령은 적어도 겉으로는 태연한 체 하면서 두 탈옥수의 가족들이 미국에 가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 주겠다고 말했다. 정치「업저버」들은「마르코스」대통령 자신이 말썽 스런 두 정적의 탈옥을 은근히 방관하지 않았나 보고 있다.
그러나「마르코스」와 두 정치범간의「홍콩」행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게 보이고 있다.
그것은「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두 사람이「마르코스」를『폭군』『독재자』등으로 매몰차게 매도한데서 엿 보이고 있다. <외신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