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문이 나의 문학에 도움됐으면…"|16일 내한한 영국시인「스펜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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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펜·클럽」이 영국본부위원장이며 세계적인 시인인「스티븐·스펜더」씨(68)와 그의 부인인「피아니스트」「나타샤·레트빈」여사가 국제문학협회와「펜·클럽」한국본부 공동초청으로 16일 하오 내한했다.「T·S·엘리어트」가 이룩한 20년대의「황무지의 신」에 뒤이어「C·데이·루이스」「W·H·오든」「루이스·매크니스」와 함께 30년대의 신문학 운동을 일으켜 주목을 모았던「스펜더」씨는 성성한 백발에 시인다운「제스처」로 첫 한국방문의 기쁨을 털어놨다.
『이번 여행을 통해 한국문학을 좀더 깊이 이해하려고 합니다. 또 나의 문학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한「스펜더」씨는 문인이 모든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스펜더」씨는 또 시란 시와 독자가 공동으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나름대로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시의 방향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문학은 사회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질문 받은「스펜더」는『진실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하고 그 자신「파시즘」에 저항하기 위해「스페인」내란에 참여했으나 이것은 문학과는 별개의 문제로서 만약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문학을 진실 속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에 더욱 열을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히틀러」를 소재로 한 희곡을 집필했다는「스펜더」씨는 희곡 외에도 비평·소설 등 산문을 많이 써 왔으나 시에 있어서는 최선의 언어 표현을 중시하기 때문에 시를 쓸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고 했다.
한편 부인「나타샤」여사는 자기는 음악인이기 때문에 문학보다는 음악에 관심이 간다고 말하고 이번 한국방문을 계기로 한국의 전통음악을 많이 감상하겠다고 말했다.
「스펜더」씨 내외는 슬하에 1남 1여를 두고 있는데 아들은 화가로, 딸은 영화배우로 활약하고 있어 문학·음악·미슬·영화 등 각종 예술이 조화를 이룬 예술가정이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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