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획득에 먹(묵)도 한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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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방사우의 하나로 선비들의 오랜 벗이 돼 온 먹(묵)이 수출유망상품으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경남울산시 태화동425 형제 제묵상(대표 주봉인·45)에서 생산되는 군자·천봉·산수·창월·매훈의 이름이 붙은 먹들은 그 이름에 어울리는 멋진 그림이 양각되어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만「달러」어치를 수출했고 올해엔 예상보다도 수요가 늘어 상반기에 이미 2만5천「달러」 분을 계약, 수출하고 있다.
주씨가 먹 수출에 손을 댄 것은 75년. 당시만 해도 수출업자에게 맡겨 시험삼아 소규모로 해오던 것이 74년부터는 일본의 수입 업자와 직접 수출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수출을 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 먹은 제품 종류가 다양한데다 값도 최하 10「센트」에서 최고 1「달러」10「센트」까지로 수출 전망이 좋다는 것이다.
일본 시장에선 대만산과 중공산이 강적이어서 필사의 경쟁을 벌려야 하지만 질만은 못지 않아 수입 요청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주씨가 먹과 인연을 맺은 것은 6·25사변 다음해인 51년 함경남도 원산시에서 이곳으로 피난 왔던 유모씨(당시60세 정도)로부터 제묵기술을 배우면서였다는 것. 당시의 제묵기술이래야 밀가루 풀과 흙·그을음 등을 적당히 섞어 만드는 원시적인 것이었지만 그 동안의 제조로 현재는 주씨 스스로의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
주씨에 따르면 현재 제묵방법은 「카본· 블랙」과 아교를 적당히 배합한 뒤 주형에 넣어 건조시키고 다시 향료를 넣어 알맞은 온도와 습도 속에서 건조하고 건조가 끝난 다음에는 금색자형(자형)을하고 그을음이 묻지 않도록 화학약품으로 포장하는 등 정교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공장은 10평 남짓한 작은 규모에 종업원도 13명에 지나지 않아 아직은 가내 수공업의 한계. 하루 생산량은 소·중·대형을 모두 합해 3백개 정도.
그나마 5월말부터 9월 초순까지의 여름철엔 기후 관계로 생산을 할 수 없어 고충이 따른다.
주씨는 대만·중공산과 싸워 이기기 위해선 시설확충· 해외시장 정보입수 등이 급하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울산=정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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