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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 원두 찾아 … 몇 달씩 커피농장 순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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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여름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들판에 유명 건축가 최시영씨가 설계한 유리집이 하나 들어섰다. 언뜻 보면 식물원처럼 보이는 이곳은 ‘알렉스 더 커피’라는 이름의 카페다. 미국에서 물류사업을 하는 이주환씨와 커피 ‘큐그레이더’인 알렉스가 의기투합한 공간으로 지금은 커피 전문가들이 찾는 카페로 유명하다.

 ‘별다방 콩다방’으로 시작된 한국인의 커피홀릭은 ‘스페셜티 커피’와 ‘옥션 커피’를 찾는 수준에 이르렀다. 스페셜티 커피란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의 검증 절차에서 통상 80점 이상을 받은 최상의 제품을 말한다. 옥션 커피 역시 국내외 커피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낙찰된 상품을 일컫는다.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는 데는 다양한 전문가가 필요한데 그중 커피 생두의 품질을 검증하는 사람이 바로 알렉스와 같은 ‘큐그레이더’다. 와인 업계와 비교하면 ‘소믈리에’와 비슷하다. 한국 커피업계에도 큐그레이더는 여럿 있지만 알렉스처럼 남미와 아프리카의 커피 산지를 직접 찾아가 품질을 일일이 검증하고 컨테이너로 구매까지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카페 ‘알렉스 더 커피’가 특별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알렉스는 홀로 몇 개월씩 커피 산지를 찾아 헤매는 이유를 “식재료가 좋으면 음식이 맛있는 것처럼 커피 역시 좋은 생두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고 말했다.

 희소가치가 높은 생두 ‘다케시’가 좋은 예다. 볼리비아 커피 농장의 한 구역만 특별히 관리해서 얻은 다케시는 스페셜티 커피의 6~7배 가격으로 판매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에스프레소 한 잔 가격이 17달러(약 1만7000원) 이상이다. 바이어들이 돈 싸들고 줄 서서 기다리는 이 생두를 알렉스가 국내로 가져왔다는 것 자체가 한국 커피 업계에선 화제가 됐다.

 알렉스와 이주환 대표는 “패션 업계도 이젠 산업화된 ‘명품’보다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1%의 개성을 더 선호한다”며 “상업화된 커피보다 스페셜티 커피나 옥션 커피처럼 우리만의 특별한 커피 맛을 완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5월 중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2호점을 오픈한다니 ‘알렉스 더 커피’의 특별한 맛을 보기 위해 용인까지 가는 수고는 덜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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