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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달 잭슨' 만난 나물비빔밥, 고소함이 더하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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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나물비빔밥과의 어울림을 평가받은 와인들. 가운데 제품이 최고점을 받은 캔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 왼쪽이 러키 스타 피노 누아, 오른쪽이 피오 체사레 바르베라 달바다. [박종근 기자]

빈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친숙하게 즐기는 대표적 한국음식인 비빔밥. 오색의 나물들이 들어가는 전주비빔밥, 육전이 들어가는 진주비빔밥 등 그 종류도 다 헤아리기 어렵다. 해외에서도 웰빙음식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올랐다. 와인컨슈머리포트에서는 주재료 중심으로 한국인이 봄에 가장 즐기는 비빔밥 4종을 골라 와인과의 궁합을 평가해봤다. 새싹·멍게·콩나물·산나물비빔밥에 평가단의 1차 추천을 받은 와인 각 3종을 준비했다. 테스트는 지은 지 87년 된 한옥을 개조한 서울 서교동의 비빔밥 전문점 ‘나물먹는 곰’에서 진행됐다.

 첫째는 건강식으로 즐겨 찾는 새싹비빔밥. 상큼한 풀 향기와의 조화가 관건이었다. 이탈리아·프랑스의 품종이 다른 와인들이 겨뤄본 결과 ‘애로건트 프로그 스파클링 핑크’가 꼽혔다. 홍재경 하우스오브더퍼플 대표는 “체리 향이 풍부하고 달콤함이 특징인 와인이 새싹들과 어울려 오히려 단아해진 느낌”이라며 “신선한 스파클링이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음식에 들어간 각각의 재료의 풍미도 배가된다”고 설명했다.

 바다 내음 물씬 풍기는 멍게에 참기름을 넣은 멍게비빔밥은 ‘샤토 보네 화이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선정됐다. 최고점을 준 평가자가 과반수 이상일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워커힐호텔 유영진 소믈리에는 “굴은 소비뇽 블랑 또는 샤르도네 품종과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하지만 멍게는 향이 워낙 독특하고 강해 어울리는 와인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은 결과”라고 감탄했다.

 아삭한 콩나물에 간장소스를 곁들인 콩나물비빔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는 칠레 프리미엄 와인 시장을 개척한 와이너리 콘차 이 토로의 ‘디아블로 소비뇽 블랑’이 선정됐다. 함께 평가한 3개 와인 중 가장 낮은 가격(1만4900원)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요리연구가 올리비아 리(이영희)는 “소비뇽 블랑의 적당한 산도가 콩나물의 신선함과 잘 어울려 상쾌함은 물론 경쾌한 느낌마저 준다”고 전했다.

 평가단을 가장 긴장시킨 음식은 마지막에 나온 나물비빔밥(상품명 곰나물 비빔밥)이었다. 고사리·호박·무채·가지 등 다양한 재료에 고추장과 참기름이 섞였다. 이 비빔밥은 ‘캔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와 가장 좋은 조화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물먹는 곰 김진한 대표는 “와인 자체가 비빔밥 안에 들어가 있는 또 하나의 나물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종화 더레스토랑 소믈리에 또한 “참기름의 고소함을 더하는 샤르도네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본 비빔밥에 가장 잘 어울린다”며 최고점을 줬다. 나물비빔밥은 맛과 향이 강한 편이어서 레드와인인 피노 누아 품종의 러키 스타와 바르베라 품종의 피오 체사레도 어울린다는 의견들이 뒤따랐다.

 평가단은 종합평가를 통해 “비빔밥과 와인을 쉽게 짝 맞출 수 없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버렸다”고 입을 모았다. 홍재경 대표는 “이탈리아나 프랑스 사람들이 실제로 즐겨 마시는 와인은 평소 그들이 먹는 음식들과 어울리는 소박한 제품이 주를 이룬다”며 “우리의 식탁도 음식이나 와인 자체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면 더 풍성하고 즐거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글=문병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평가단

▶와인 전문가

유영진 쉐라톤 워커힐호텔 소믈리에, 상민규 한국소믈리에협회 회장, 홍재경 ‘House of the Purple’ 대표, 이종화 ‘The Restaurant’ 소믈리에, 이승훈 소믈리에, 이용문 롯데호텔 소믈리에, 박현진 ‘두가헌’ 이사, 김주용 웨스틴 조선호텔 ‘베끼아 에 누보’ 소믈리에, 손성모 더 클래식 500 호텔 ‘라비앙 로즈’ 소믈리에, 박찬준 아시아 와인트로피 심사위원

▶요리 전문가

김진한 ‘나물먹는 곰’ 대표, 올리비아 리(이영희) ‘이밥차그리고 책’ 이사, 유준민 ‘세라피나 뉴욕’ 본부장, 남경표 요리전문 프리랜서

▶파워 블로거

정수지 ‘와인21’ 기자, 진성숙 요리전문 파워블로거(블로거명 로즈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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