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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에도 불순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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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40대 이상 사람들이 모이면 으례 건강문제가 주된 화제로 되는 듯하다. 배가 나오고 체중이 불어나 「다이어트」를 하고 있느니, 혈압이 높고 손발이 붓는다느니 하는 호소와 걱정들이다.
그래서인지 몇해전부터 신문에 연재되는 「장수를 위한 건강법」이나 「건강 365일」, 또는 「건강식품」같은 「칼럼」이 독자들의 인기를 얻고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같은 건강문제와 식품얘기가 나올 적마다 어김없이 몹쓸 것으로 애꿎게 비난·규탄되는 것 중의 하나가 다름 아닌 소금인 것 같다.
과연 소금은 건강의 제1공적처럼 단죄돼야할 만큼 해롭기만 한 것인가.
예수가 산상수훈에서 제자들에게 「소금과 빛」이 되라고 한 설교에 함축된 율법적인 의미 말고도, 소금은 인간생활에 있어서 없어선 안될 요긴하기 그지없는 물질이다.
소금의 소임은 막중하기 그지없다. 인체에는 약 0.7%의 식염이 함유돼 있을 뿐 아니라 혈액에 섞여 세포의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또 위액의 염산이 되어 소화작용을 도우며 신경과 근육의 흥분을 조정하는 긴요한 작용을 한다. 땀이나 오줌에 섞여 매일 배출되기 때문에 성인은 하루평균 약 10내지 15g을 섭취하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금은 이처럼 인간생존에 있어 불가결의 필수품일 뿐더러 그 용도도 다양하기 그지없다. 식료용으론 말할 것도 없고 공업용으로도 「소다」공업에 있어서 「나트륨」원이나 염소원으로서 중요원료로 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통화로서 기능한 적도 있고 국가재정의 중요재원으로서 전매나 과세의 대상이 돼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소금에, 특히 최근 시판되고 있는 소금에 인체에 극히 해로운 비소 등 불순들이 많이 섞여있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한국부인회가 지난 16일 『소금에 관한 품평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시판되고 있는 소금에 「마그네슘」·비소·납 등 불순물의 함량이 많아 이를 장기간 먹으면 고혈압·신경통·현깃증과 같은 여러가지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무엇하나 마음놓고 먹고 마실 수 없을 만큼 유해·불량식품이 범람하여 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는 판에 소금조차 믿지 못한다면 한심 정도가 아니다.
소금에 이런 불순물이 섞이면 짠맛이 아니라 쓴맛으로 변한다지만 정말 입맛이 씁쓸한 일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육식보다 쌀밥과 채식을 많이 하는 식생활습관 때문에 적정량 이상으로 짜게 먹고 있는 터에 소금에 유해물질들이 많이 섞여 있다면 결코 소홀히 넘겨버릴 수 있는 문제라 할 수 없다. 하루평균 필요 섭취 량인 10내지 15g 또는 외국인의 평균 섭취량 보다 월등 많은 15내지 30g의 소금을 먹고 있는 한국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소량의 비소를 먹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더우기 이같이 유독·불순한 소금으로 담근 간장·된장·고추장과 소금으로 절인 밑반찬·김치·깍뚜기·간고기 등을 부식으로 먹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 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무서운 소금공해로부터 건강과 생명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음식을 짜게 먹는 식성부터 근본적으로 혁파해야하고 가급적 소금을 덜 먹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불순물이 안 섞인 깨끗한 소금도 많이 섭취하면 고혈압·신장장애·신경통 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데 하물며 그 속에 독이 들어있다면 어찌될 것인가.
식염공해를 철저히 봉쇄하기 위해 소금 제조업자는 불순물이 제거될 때까지 정제해야 하고 당국도 염관리법 제7조 3항에 규정된 「품질검사」 등을 철저히 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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