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회 임시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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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번 폐회이후 반년만에 제97회 임시국회가 20일 개회했다. 지난 6개월 동안에는 주한 미 지상군 철수문제를 비롯해 국내외의 관심이 쏠린 문제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 국회는 늦게나마 이러한 문제들을 정치적 차원에서 해명하고 매듭 지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추가규모 2천1백7억원의 추경예산안과 주한미군 철수반대 결의안이 이번 국회의 중요안건으로 내정되고있다. 이밖에 임시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특별조치법안 등 10여개의 법안처리와 부가가치세법 실시에 관한 시비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의안 등에 대한 국회의 논의 결과는 대개 예측이 가능하다.
세수추계의 불확실을 들어 야당이 추경예산에 반대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추경예산이 크게 삭감되거나 성립되지 않으리라고 보긴 어렵다. 또 임시행정수도 특조법 안에 야당이 반대방침을 정했으나 임시수도건설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 야당이 얼마나 반대방침을 고수할는지도 미지수다.
또 부가가치세법 실시에 대해서도 많은 불안과 우려가 제기되고는 있지만, 세율을 법정 최저한도까지 내린 이상 실시자체가 연기될 가능성은 적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예측된다 하더라도 국회에서의 문젯점 제기는 중요한 것이고, 정부와 여당은 이들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부작용을 최소로 억제하는데 인색해선 안 된다.
아뭏든 이러한 의안의 처리도 처리지만, 이번 국회의 최대 관심거리는 국민적 대화와 정치발전에 노력한다는 박 대통령과 이 신민당대표의 합의가 임시국회를 통해 어떻게 구현되겠느냐 하는 것이다.
여당측은 박·이 면담 직후에 열리는 이번 국회를 여야협조를 통한 새로운 정치분위기의 조성과 안보「무드」의 국민적 확산의 계기로 삼으려는 생각인 듯 하다. 그러기 위해 국회를 조용하고 능률적으로 운영하는데 역점을 두리라고 한다.
이러한 여당의 태도는 미지상군 철수반대 결의안마저 인권문제 등 정치적 부대조건이 붙으면 거부하겠다할 정도로 완강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야당이 철군 결의안과 국내정치문제를 별도로 다룬다는 방침을 정해 별다른 논란은 없게 되었다. 야당은 인권문제와 관련한 구속자 석방요구 등 국내정치 개선과 선거법·국회법·형소법 개정안 등 이른바 정치의안을 표면에 내세우지 않고 막후 정충을 활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야당이 국내정치문제에 관해 이렇게 융통성을 보였다해서 정치발전을 위한 야망의 노력이나 기여 폭을 과소평가 하거나 좌절했다고 보는 것은 옳지 못하다. 오히려 정치발전을 위해선 야망의 노력과 기여, 그리고 정부·여당의 신축성 있는 대응이 지금에 비해 보다 활발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차피 주요논점이 될 철군문제를 다룸에 있어 국회가 대외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흔히 노정해온 어느 면으로는 좀 지나친 흥분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카터」행정부의 일방적인 철군정책을 비판하고 문젯점을 제기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도를 넘어 반미감정을 자극하는 경우가 되어선 곤란하지 않겠는가.
여야정치인들의 보다 높은 정치력의 발휘로 이번 국회가 국민적 대화와 정치발전을 향한 작으나마 어떤 결실을 맺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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