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소재 최대의 대하소설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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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문학사상 6.25동란을 소재로 한 가장 방대한 규모의 본격적 소설이 될 대하소설 홍성원 작 『남과 북』이 동란 27주년을 며칠 앞두고 전집 7권으로 출간됐다. 2백자 원고지 총 9천6백장, 구상부터 자료수집을 거쳐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13년이라는 오랜 시일이 걸렸으며 6.25에 관한 가능한 한 모든 자료들이 동원되었다는 이 대하소설『남과 북』은 작품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인공만 34명, 동란의 전 시기와 한반도 전역에 걸쳐 입체적으로 구성한 한국문학 초유의 대장편이다.
물론 이제까지 6.25를 소재로 한 작품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편소설 가운데서 쉽게 손꼽을 수 있는 것만 해도 박경리씨의 『시장과 전장』, 황순원씨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 장용준씨의 『원형의 전설』, 노신재씨의 『임진강의 민들레』, 김용성씨의 『잃은 자와 찾은 자』, 최인훈씨의 『광장』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작품들이 저마다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6.25라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문학으로 승화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였다.
그 까닭은 6.25를 소재로 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작품을 쓰기 위해 6.25를 필요로 했을 뿐 6.25 그 자체를 작품으로 완성시키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홍씨의『남과 북』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으로, 가장 본격적으로 6·25를 정면에서 파헤친 전쟁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역사 상 6·25만큼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이하고 극적인 소재를 가진 사건이 드문데도 이를 소재로 한 본격적인 문학작품이 없었다』는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남과 북』이 『사실의 기록을 「픽션」화 시키고, 픽션을 사실화하는 탁월한 능력으로 6·25를 거시적으로 포착하면서 개개인, 개개집단의 수난과 변모를 전시한 유례없는 작품』이라고 격찬한다.
『남과 북』의 작가 홍성원씨는 64년도의 3편의 「데뷔」작(단편 『빙점지대』『기관차와 송아지』, 장편『디·데이의 병촌』)이 모두 6·25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며 그 이후에도 전쟁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을 발표한 우리문단의 보기 드문 전쟁작가.
그가 전쟁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가 재미있다. 『어렸을 때부터 폭력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것은 가령 새장에서 가장 힘센 동물이 무엇인가 하는 호기심으로 발전했으며 그 같은 호기심은 결국 인간최대의「드라머」인 전쟁에 이르러서야 추적을 멈추게 되었다』는 것. 결국 이 작품은 작가 홍성원씨의 필생의 꿈이 실현된 것인 셈이다.
홍씨가 이 작품의 구상을 시작한 것은 「데뷔」무렵. 그로부터 70년9윌 「세대」지에 연재를 시작하기까지 약7년 동안 6·25에 관한 국내외의 모든 희귀한 자료를 수집하는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5년2개월 동안 이 작품을 쓰면서 애로와 고충도 많았다고 홍씨는 털어놓는다. 대표적인 것은 적 측에 대한 제한된 표현양식과 6·25라는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가 가진 작가정신은 『전쟁 중에 저질러진 수많은 모순과 부정들이 올바른 정신과 양심에 의해 철저하게 심판 받고 비난되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홍씨는 술회한다.
이 작품은 6·25동란 발발 직전부터 휴전직후까지의 3년여가 시기적 배경. 이야기는 전투상황·피난·공산군의 학살·방위군사건·월남상황·포로수용소 등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데 주인공들의 대부분이 죽거나 미치게 함으로써 전쟁의 비정함을 부각시킨다.
작가는 이 많은 주인공들을 적절히 연결, 배합시키면서 각자의 행동반경을 병렬하는 한편 무대를 전방에서 후방으로, 적 치하의 서울과 피난지 부산을 두루 순방하면서 전쟁의 각양한 상태를 입체적으로 조립한다. 어쨌든 대하소설 『남과 북』은 우리문단에 상당한 충격과 파문을 던질 것이 틀림없다. 문학평론가 김주연씨는 다음과 같은 말로써 이 작품의 의의를 평가하고 있다. 『어둡고 음습한 좁은 공간에서 이제야 우리도 옥외의 웅장한 「비디오」문학을 갖게되었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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