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월호 수습 최우선" … 청와대, 총리 인선 고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홍원 국무총리(왼쪽에서 둘째)가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는 선박과 관련 사업장의 안전관리·감독을 위한 ‘해사안전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과 학교 체험교육과 관련한 안전대책을 마련한 ‘학교안전사고 예방법 개정법률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왼쪽부터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 총리,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시스]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인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4월 27일)한 지 열흘이 지났다. 박 대통령은 “관피아(관료 마피아)라는 부끄러운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예고한 상태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며 국가 개조 프로젝트 구상을 내놓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대통령이 내놓을 대대적인 개각과 쇄신 구상의 보따리에 무엇이 담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지금은 사고 수습이 최우선”이라며 “수습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 지명과 청문회 얘기를 하는 것을 희생자 가족들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총리 지명을 계속 미루고만 있을 처지도 아니다. 실제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후임 총리 지명을 위해 의견 수렴과 인사 검증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여권에선 총리 지명 시기를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있을 이달 중순 이후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5일 종교인들과 간담회에서 “대안을 갖고 대국민사과를 하는 게 도리”라고 밝힌 만큼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얘기다.

 아직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박 대통령의 총리 인선 스타일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청와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총리 인선과 개각은 국가 개조 프로젝트의 시발점이자 변화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이 평소 웬만해선 스타일 변화를 주지 않는 편이지만 변화가 절실하거나 위기 시에는 과감한 선택을 하기도 한 만큼 이번 인선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새로 발탁될 총리는 국가 개조를 이끌어 가고 관료들을 확 변화시킬 추진력 있는 인사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청와대 내부에 형성돼 있다”며 “하지만 국회 청문회라는 현실적 걸림돌이 있어 사람만 보고 뽑을 수도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흐름 때문에 조각(組閣) 당시 검토됐던 인사들은 1순위 경쟁에서 밀리는 분위기다. 정홍원 총리와 경쟁했던 김승규(70) 전 국정원장, 김능환(63)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영란(58) 전 대법관 등 법조인 출신들은 무게감과 안정감은 있지만 변혁을 주도하기엔 다소 미흡하단 평가가 나온다. 같은 법조인 출신으로 안대희(59) 전 대법관이나 조무제(73) 전 대법관은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다. 이들은 조각 당시에도 유력 후보로 검토됐었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안 전 대법관은 개혁적 성향이 있는 소신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딸깍발이’란 별명을 지닌 조 전 대법관 역시 청렴한 성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어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추진력을 갖춘 화합형 인사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72) 국민대통합위원장은 호남 출신으로 정치적 감각과 추진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심대평(73) 지방자치발전위원장과 충북지사를 지낸 이원종(72) 지역발전위원장은 충청도 출신이란 이점이 있지만 관료 출신이란 게 약점으로 꼽힌다.

 새누리당 주변에선 정치인 총리론이 힘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정치인 출신인 이해찬 총리를 전면에 내세워 책임총리로서 개혁을 밀어붙였던 사례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다. 여권의 한 인사는 “정치인이 정무·화합형 인사로는 적임이며 관료 개혁도 주도할 수 있다”며 “인사에 파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새누리당의 이인제(66) 의원, 이재오(69) 의원, 김무성(63) 의원, 김문수(63) 경기지사,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박준영(68) 전남지사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특히 세 차례 대선 후보를 지낸 이인제 의원은 풍부한 의정 경험과 개혁 마인드가, 김문수 지사는 현장을 챙기는, 발로 뛰는 정치인이란 이미지가 강점으로 꼽힌다.

이 밖에 김대중 정부 인사에서 경제수장을 지낸 진념(74)·전윤철(75) 전 경제부총리와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지낸 김종인(74) 전 의원도 후보로 거론된다.

 박 대통령이 총리 인선을 놓고 고민이 깊은 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 전 박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면서 “뼛속까지 바꾸겠다”며 당명(한나라당→새누리당)과 상징색(파랑→빨강)까지 확 바꾸고 외부 인사를 대거 발탁했던 전례에 비춰 볼 때 의외의 깜짝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낼 수 있다는 얘기다.

신용호·권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