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형 챙겨주는 막내, 늘 대견스럽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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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사진 앞쪽)·은형(뒷줄 가운데) 형제가 엄마·사촌형과 함께 유원지에서 포즈를 취했다.

엄마는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이 되면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단다.

 그땐 어린이날이면 평소와 달리 하루 종일 텔레비전이 방영됐었지.

 군악대 아저씨들이 총을 돌리고 던지는 묘기 같은 어린이날 행사를 TV로 볼 때마다 엄마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어.

 TV 속에서 해맑은 미소를 짓는 또래 아이들을 보며 ‘나중에 결혼해 아기를 낳으면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해줘야지’ 하는 야무진 다짐도 했단다.

 막상 20대 중반에 아빠와 결혼해 두 살 터울로 너희 형제를 낳았지만 엄마가 꿈꿔왔던 모든 것을 해주기가 쉽지 않더구나.

 오히려 엄마가 미안하기만 하다.

 우리 아들 은성이.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돼 경기를 일으킨 후유증으로 17년 동안 장애아로 살아오면서도 항상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네가 한없이 자랑스럽다.

 비록 지적 능력은 7~8세에 불과하지만 너는 엄마의 삶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란다. 그동안 은성이의 아픈 모습을 보면서 많이 울었지만 이젠 안 울 거야, 약속할게.

 엄마가 은성이 덕분에 늦깎이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올해는 사이버대에 입학해 사회복지사 자격증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잖아.

 엄마가 이 나이에 은성이·은형이랑 나란히 앉아 공부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엄마에게 늘 기쁨을 주는 막내 은형아, 넌 어릴 때부터 장애아 형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단다.

 오히려 가족 누구보다도 형을 챙기는 데 앞장섰지. 아픈 형 때문에 집안에서 늘 뒷전이었지만 넌 오히려 지쳐 있는 엄마에게 학교에서 배운 악기를 연주해 주곤 했어.

 공부도 잘해 초등학생 때부터 장학금을 여러 차례 받아 엄마의 마음을 뿌듯하게 해줬어. 중3이 된 올해에는 고교 진학 때 도움이 된다며 스스로 전교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대견스러운 우리 은형이.

 엄마는 너희를 보면서 ‘내가 하는 기도를 하나님이 모두 들어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단다.

 어느덧 엄마보다 더 커버린 우리 은성이·은형이. 너희가 늘 곁에 있다는 것에 엄마는 감사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게.

 고맙고 사랑한다. 내 아들들아.

엄마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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