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주 발행시장의 이상과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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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발행시장의 이례적인 활기는 최근의 시중자금사정과 견주어 볼 때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문제점을 안고있다.
나타난 현상만으로 보면 신주공모 「러시」에 호응하여 시중부동자금이 자본시장의 테두리 안으로 흡수되는 현상은 오히려 바람직하다.
특히 5, 6월은 신주공모가 집중되어 20여 개 사가 이미 공모를 마쳤거나 계획을 추진 중이어서 일반투자가들이 관심을 쏟게 되는 것은 당연한 추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월말의 몇 개 건설회사주식공모에서 나타난 이상과열은 분명 그 도가 지나친 것이었다. 신주일반청약 2억4천만원 모집에 무려 6백22억원의 자금이 동원되어 2백54대1이라는 엄청난 경쟁을 보인 사실은 발행시장의 정상적인 발전의 척도로 보기에는 부적합하다. 무엇보다도 이런 과열이 특정업종에 국한되고 있는 점이 문제될 수 있다.
비록 건설업이 최근 수년간 각광받는 유망업종이라 하지만, 무차별적 투자를 정당화시킬 만큼 재무구조나 사업 전망이 견실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어떤 측면에서는 경기의 부심이 여타 업종 보다 훨씬 격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결국 일부 건설주의 과열은 투자의 안전성보다는 막연한 주동투자나 단기적 투기목적의 투자가 집중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의 운영에서 투기적 오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해도 우리의 자본시장이 아직도 전 단계적인 투기시장의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주목되어야 한다. 이 같은 과열 투기는 공모전과다증자나 비합리적 「프리미엄」무 공모라는 변칙을 보편화시킴으로써 투자자의 보호는 물론, 자본시장의 장기적 발전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증권당국이 공모와 관련한 제반제도를 정비하고 있지만 최근 사태는 청약제도 자체에 아직도 몇 가지 문제가 있음을 실증한 셈이다. 특히 유통시장의 안정을 수반하지 않은 발행시장만의 과열이 어떤 의미를 함축하는지 신중히 고려해 볼일이다.
반면 이번 공모시장에 투입된 대량의 부정자금 규모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만하다.
금융기관의 일반대출이 거의 중단되어 시중의 자금사정이 크게 나빠진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유휴자금이 제도금융으로 흡수되지 않은 채 계속 부동하고 있는 현실도 분명 문제다.
물론 자본시장에 유입된 자금도 제도금융의 틀 속에 묶을 수 있으나 이들 자금의 기본부성이 투기적 등기에 의해 지배되는 한 언제든지 이 틀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은 항상 고려에 넣어야한다. 최근 「아파트」대금출처조사의 강화로 부동산투기가 크게 식었고 금리마저 인하설이 나돌아 당분간은 발행시장을 중심으로 이들 부동대금을 묶어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심상치 않은 최근의 물가동향에 비추어 언제까지 그것이 가능할지는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보다 안정적인 제도금융으로의 정착을 위해 통화조절수단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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