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유출 미국 유통업체 '타깃' … 35년 재직 CEO 스타인해펄 결국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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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피해의 후폭풍이 결국 최고경영자(CEO)를 집어삼켰다.

 지난해 대규모 해킹을 당한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은 “그레그 스타인해펄(사진) CEO가 5일(현지시간)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CEO뿐 아니라 이사회 의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타깃은 지난해 11월 추수감사절 연휴기간에 해킹을 당했다. 4000만 장의 신용카드번호와 고객 7000만 명의 주소, 전화번호 등을 도난당했다. 당시 해킹은 타깃만 당한 것이 아니었다. 고급백화점 니만 마커스 등도 비슷한 시기에 해킹을 당했다. 해킹은 국제범죄조직과 연관된 전문해커들의 소행이었다.

 그러나 덮고 가기엔 스타인해펄의 책임이 더 무거웠다. 무엇보다 내부 해킹 탐지 시스템에서 경고가 제기됐는데도 그는 무시했다. 해킹을 막을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그가 소비자들에게 해킹과 정보유출 사실을 알리고 수습에 착수한 것은 미국 법무부로부터 전산 시스템에 수상한 움직임이 있다는 통보를 받고 난 뒤였다.

 해킹 후 타깃의 피해는 예상 이상이었다. 상당수 소비자는 발걸음을 끊었다. 지난해 4분기 타깃의 거래건수는 5.5% 떨어졌다. 지난해 전체로는 2.7% 감소로, 2008년 이후 최악이었다. 매출도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해 4분기에만 2.5% 줄어들었다. 올 3월 타깃 매장이나 웹사이트를 찾은 쇼핑객 비중은 32%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8%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그 바람에 주가는 지난 1년간 15%나 빠졌다. 결국 35년간 재직하며 타깃을 월마트와 차별화된 특색 있는 유통매장으로 이끈 스타인해펄이 해고됐다.

 위기의 씨앗은 해킹 이전부터 자라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미 타깃은 사방에서 진흙탕에 빠져있었다. 야심 차게 확장한 캐나다 매장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국 내에선 월마트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온라인 공간에선 아마존에 고객을 뺏기고 있었다. 당분간 좋은 뉴스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게다가 지금까지 해킹 피해 수습에 쓴 돈만 약 6000만 달러에 이른다. 앞으로 얼마를 더 투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가장 뼈아픈 것은 타깃이 소비자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한편 스타인해펄은 퇴직금으로 현금과 주식을 합쳐 약 3780만 달러(약 390억원)를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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