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길 교포 처녀 극적 탈출-25세 김미혜양 만경봉호 출항 전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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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석=김경철 특파원】북괴북송선 만경봉호로 강제 북송되려던 김미혜양(25·일본명 김미지자)이 이 배가 출항하기 하루전날 밤 집단숙소에서 탈출, 강제 북송을 면함으로써 북송은 부녀이별의 슬픔만을 남겼다. 김양은 지난달 30일 일항, 1일 하오 5시「니이가다껜」앞바다를 출항한 만경봉호로 재일 북송교포 51가구 1백3명 속에 끼어(1백78차 북송)아버지 김야한씨(66·노동·본적지 장단군·일본주소 동경군 전무시 북원정1가3의12)와 함께 북송될 예정이었으나 31일 밤11시쯤 북송가족집단숙소 「니이가따」시내의 호반「호텔」에서 아버지를 남겨둔채 북괴요원의 감시망을 피해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북괴의 강제 북송대열에서 탈출한 것은 김양이 처음이고 김양은 탈출 후 『집단 숙소에 갈때까지 강제 북송되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힘으로써 북송이 본인의 의사에 따른 인도적 조치라는 북괴 주장이 허위라는 것이 밝혀졌다.
김양이 밝힌 탈출 경위·동기 등은 다음과 같다.
▲탈출경위=북송가족들은 1일 상오 만경봉호를 타기 위해 29일 밤까지 집단숙소인 호반「호텔」에 도착해야 했으므로 아버지와 함께 초저녁 「호텔」에 도착했다.
밤11시쯤 「호텔」종업원에게 「셔츠」 바람으로 「슬리퍼」를 신은체 『마지막으로 초밥을 사먹고 오겠다』고 속인 후 「호텔」을 빠져 나왔다.
「호텔」각 방에서는 송별회가 한창이어서 감시망을 피할 수 있었고 동경에 있는 아버지 친구 허인오씨에게 공중 전화를 걸어 『북괴에 안가겠다. 어떻게하면 되느냐』고 애원, 허씨가 「니이가마껜」 민단계 상은 이사장 박만규씨나 「니이가마껜」 전 민단본부단장 박수정씨(「니이가마」 시사미상3정목)를 찾아가 협조를 구하라고 일러주어 박씨가 경영하는 「빠찐꼬」 가게를 찾는데 성공, 보호를 받게 됐다.
「호텔」을 탈출했을 때 수중에는 단돈 5백「엥」밖에 없었다.
▲탈출동기=집단숙소에 도착했을 때 분위기가 살벌하고 감시가 심한 것으로 보아 북괴에 가면 생지옥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불안했다. 아버지에게는 미안하지만 죽어도 북송대열에서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심정=만일 북송되었다면 북괴에 가서라도 자살할 결심까지 했었다. 혼자 떠난 아버지가 책임추궁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고 동경에 있는 친구들 곁으로 가고 싶다. 아버지가 항상 『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해 아버지를 따라갈 생각도 했으나 본인의 북송의사 확인제도가 있는 줄도 말랐다.
▲가족관계=아버지는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막벌이 노동자로 근근 살아왔고 어머니(일본 여인)와는 오래전 이혼했으며 조총련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백화점에 다니는 내 수입으로 두 식구가 어려운 생활이었다.
▲북송가족표정=대부분 어두운 표정인 북송가족 중에는 북괴에서 식량과 바꿀 수 있다는 팔목시계를 16개나 사가지고간 사람이 있는가하면 TV 등 전자제품을 많이 사가지고간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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