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들 소집단 이기주의 … 그들의 '우리'엔 승객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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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고통스럽다. 승객 구조를 외면한 선장과 선원들의 심리 상태는 어떤 것이었을까. 릴레이 인터뷰 여섯 번째 순서로 한림대 심리학과 조은경(51·사진) 교수에게 선원들의 내면에 대해 물었다. 그는 “우선 자기들만 살고 보자는 소집단 이기주의가 작동한 것 같다”고 했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공동체 의식이 옅어진 결과라는 진단이다.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대책으로 “이제부터라도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확고히 하자”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는 범죄심리학 전문가다.

 - 피해를 줄일 수 있었는데 아쉽다.

 “배가 완전히 가라앉기 전 상황을 TV로 볼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사고가 차츰 엄청난 비극으로 전개되면서 국민 모두가 후회와 안타까움과 죄책감이 뒤섞인 복합 감정 상황을 겪게 됐다. 잘못된 요소를 하나하나 복기하며 후회하는 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 선장과 선원들 사이에 공모가 있었을까.

 “치열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우리는 우선 내 것부터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키우게 됐다. 그 결과 국가나 이웃 같은 추상적인 공동체보다 자기가 속한 소그룹이나 소집단의 이익을 강하게 챙기게 됐다. 자신들의 가족이 배 안에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선실의 승객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동료 선원들만 옆에 있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우리 함께 나가자’, 이런 생각을 했을 거다. 물론 여기서 ‘우리’는 선원들이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은 하나로 뭉쳤었다. 한데 소속감을 느끼는 집단의 범위는 그때그때 변하게 마련이다. 배가 가라앉는 순간 선원들이 느낀 집단의 범위에서 승객들은 빠져 있었다.”

 - 승객들을 제일 먼저 구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무시된 걸까.

 “일부 선원은 승객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집단의 압력 속에 그 얘기를 꺼내지 못했을 거다. ‘저 사람이 나가니까 나도 나가도 되나 보다’ 하는 책임 회피 의식도 발동된 것 같다.”

 - 선원들의 처우가 나빠 책임의식이 실종됐다는 시각도 있는데.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비인간적인 행동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심하게 얘기하면 승객을 화물과 똑같이 여긴 거다. 나도 실은 선원들의 내면이 궁금하다. 지금은 모두 후회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하는 얘기들은 사고 당시의 내면을 정확히 담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안일하게 생각했을 거고, 당장 배가 기울어지자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이들만 빠져나온 거다”

 - 첫 출동한 해경은 겁을 먹어 배 안에 안 들어갔을까.

 “해경의 문제는 시스템적인 요인이 큰 것 같다. 판단 미숙, 재난에 대비한 훈련 부족, 세월호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인식 등이 복합 작용하지 않았을까.”

 - 구조 직후 돈을 말린 선장은 뭐가 문제였나.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의 가장 큰 문제는 남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다는 거다. 사이코패스는 아니더라도 사회적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의문스럽다.”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결과만 따질 게 아니라 과정도 중시하는 가치관이 확립돼야 한다. 결과가 좋으면 원칙을 무시해도 용납해주다 보니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려면 지켜야 할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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