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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는 꼭 필요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인 도박장인 「카지노」는 정말 꼭 필요한 것인가. 외국관광객 유치와 외화획득을 위한다는 구실 밑에, 세찬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생겨났던 「카지노」가 우려했던 바 그대로 갖가지 부작용을 빚고 많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민의 사행심을 자극·조장하고 근검 절약하는 건전한 사회기풍의 확립을 저해하고 있다는 빗발치는 비난을 받아온 「카자노」가 이번엔 또 다시 탈세문제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은 부산해운대관광「호텔」의 전 「카지노」대표를 비롯한 관련자 5명을 각종 세금포탈·외화유출·내국인 출입 묵인 등 혐의로 구속하고, 그밖에 「워커힐」·속리산·서귀포관광「호텔」 등의 「카지노」에도 수사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의 탈세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카지노」가 미치는 영향과 그 이해득실을 냉철히 따져봐야 하겠으며 나아가 우리사회의 현실에서 정말 그같은 노름판을 공공연하게 벌여도 좋을 것인지 깊이 반성해야할 것이라 믿는다.
말할 것도 없이 「카지노」는 원래 「유럽」의 노름으로, 관광객의 사행심리를 노려 장기체류시킬 수단으로 관광업과 관련지어 발전돼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 「카지노」가 우리 나라에 들어와선 특히 부정적인 측면만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카지노」와 「슬로토·머신」이 끼치는 가장 큰 해독은 말할 것도 없이 사행심을 자극하고 일확천금의 경박한 사회풍조를 조장시켜 국민도의심을 타락시키는 일이다.
지금부터 꼭10년 전인 67년8월 인천 「오림포스·호텔」의 「카지노」 개장을 시작으로 68년3월엔 동양최대라는 「워커힐」 「카지노」가, 그해 6월엔 해운대관광 「호텔」의 「카지노」가 문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카지노」는 「라스베이거스」·「몽테카를로」·「마카오」·「쿠알라룸푸르」 등의 「카지노」보다도 「서비스」가 좋고 분위기가 좋다하여 전문적인 대규모 관광도박단이 몰려오기도 했다.
『일본에 없는 「카지노」가 한국에 있다는 것은 극동에서의 강적(관광객 유치)인 일본과의 경쟁에서 좋은 무기』라고 떠들기도 했으나 정녕 도박장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도 큰 자랑이겠으며 그런 평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인가.
만일 정말로 좋은 것이라면 「경제동물」이라는 말을 듣는 일본인들이 어째서 자기나라에 그것을 개설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이 사실 하나만을 미뤄봐서라도 우리는 「카지노」의 정체가 무엇인지 바른 인식을 가져야 하겠다.
「카지노」가 외국관광객 유치와 외화획득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 조차도 사실 의문이다. 외국인만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아 「외국인동반 내국인」과 내국인 숙박객도 입장을 허가해 말썽을 일으켰던 일이 이를 잘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카지노」에서 밤새 허망한 꿈을 좇다가 수백만원의 공금을 날려 자살소동까지 빚은 일이 있었는가 하면 수천만원을 날린 사업가와 심지어 가정주부까지 있었다니, 「카지노」는 패가망신과 사회적 부패, 낭비와 퇴폐를 낳는 온상 역할을 한다고 하면 잘못된 말이라 할 것인가.
이 같은 폐단도 큰 문제인데 하물며 「카지노」업자들이 세금마저 포탈하고 외하를 유출하는 범죄행위조차 저지른다 해서야 「카지노」의 존속에 무슨 뜻이 있겠는가.
「모나코」 공국은 「도박의 나라」라는 불명예를 감수하면서도 「몽테카를로」의 「카지노」에서 올리는 수입으로 시민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지만, 우리 나라 「카지노」 업자들은 그런 긍정적인 면보다 탈세 등 갖가지 불법행위로 사회에 해독을 크게 끼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 아닌가.
요즘 도박이라면 화투놀이마저 철저히 단속하면서 공인노름장은 버젓이 두어 도박풍조를 조장한다는 것은 그 이유야 어쨌든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당국은 그래도 굳이 「카지노」를 존속시겨야 하겠다면 원래의 설치 취지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도록 철저히 단속·규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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