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물이 마치 장난감처럼 무너져|「루마니아」강진 엄습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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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날 지진은 1백70만명 시민이 저녁을 마치거나 평화롭게 극장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루마니아」수도「부카레스트」의 금요일 밤을 삽시간에 악몽의 밤으로 만들었다.
느닷없이 지축을 흔드는 지동의 굉음이 울려 퍼진 일순간 고층건물들이 무너져 버리고 흰 먼지가 하늘로 치솟아 올랐으며 순식간에 등불이 꺼지고 암흑세계로 화하고 말았다.
1, 2분 계속된 눈 깜짝할 사이의 강진이 덮치자 7층 내지 9층 건물들이 장난감처럼 무너져 내렸고 그 속에 있던 수백·수천명이 순식간에 생매장 됐다.
평화로운 밤을 지내던 시민들은 공포와 불안에 떨고 살길을 찾아 아우성을 쳤으며 건물 더미에 깔리고 파묻힌 희생자들은 살려 달라고 죽어가면서 비명을 질렀다.
강진이 끝난지 1시간 남짓해서 첫 구조작업이 개시됐고 구급차들과「택시」들까지 등원해 부상자들을 실어 날랐으며 소방차들과 경찰 차들이 전속력으로 군중 사이를 질주했다.
영국 대사관의 직원「존·릭슨」씨(36)는 20여명이 식사를 하고있던 한 식당위로 8층 건물이 덮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영국인「존·워드」씨는 9층 짜리의「아파트」건물 1동이「카드」로 만든 집처럼 무너져버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하고『눈에 띄는 모든 것이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모든 사람이 온통 겁에 질린 채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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