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리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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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는 31일 열리게 될 한국 문인협회(이사장 조연현)의 임원 개선을 위한 대의원 총회는 총회를 불과 며칠 앞두고 중기 시인 서정주 씨가 갑자기 이사장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되었다.
조연현 현 이사장이 「펜·클럽」회장 출마를 위해 이사장직 사의를 표명. 불붙기 시작한 「문협」의 선거 열풍은 당초 현 부 이사장인 문덕수 김야섭 이동주 씨와 박양균 씨의 4파전으로 시작되었으나 중도에 이·박씨가 출마의사를 철회, 문·김씨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일부 문인들이 『원로 문인을 추대, 선거에 따른 잡음을 없애자』는 명분을 내세워 모윤숙씨를 추대할 계획을 세우고 교섭을 했으나 모씨는 『이사장직을 차지하기 위해 선거전에 뛰어들지는 않겠다』고 거절, 문·김씨는 득표작전에 더욱 열을 올렸다.
모윤숙씨의 불출마 선언은 문·김 양씨 측에서 서로 똑같이 유리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문씨 측에서는 모씨가 같은 현대시인협회 회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문씨를 지지하리라고 예상했으며 김씨 측에서는 모씨를 추대하려던 반 문씨 세력(주로 조연현씨 계열)이 틀림없이 김씨를 지지하리라고 믿었던 것. 그러나 서정주씨의 갑작스러운 출마선언은 이러한 문·김씨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문단의 분열을 막고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서씨의 출마의 변은 후진과의 표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김요섭씨는 『미당이 선거에 나서는 경우 그 뜻을 존중하여 선거전에 나서지 않겠다』고 출마사퇴 의사를 표명했으나 문덕수 씨는 태도를 아직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문씨는 『「문협」을 보다 젊은 문인이 이끌어 활기있게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하고 『표 대결에 나설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는 좀더 생각해 본 후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씨의 측근 문인들은 서씨의 출마 표명에도 불구하고 더욱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어서 문씨의 표 대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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