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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탈레반 지도자 vs 최대 부족 출신 … 아프간 선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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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현 대통령(하미드 카르자이)의 오랜 정적이냐, 최대 부족 출신의 유학파 엘리트냐.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운명을 지고 나갈 차기 대통령이 6월 7일 결선 투표를 통해 가려지게 됐다.

 아프가니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5일 치러진 대선 잠정 개표 결과 압둘라 압둘라(54) 전 외무장관이 44.9%를 얻어 1위를 차지하고 아슈라프 가니(65) 전 재무장관이 31.5%로 그 뒤를 이었다고 발표했다. 선관위 측은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어 1, 2위 간 결선을 치를 것이라며 “잠정적으로 6월 7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정투표 이의 신청 조사 등을 반영한 최종 결과는 다음 달 14일 나온다.

 압둘라 후보의 최대 강점은 지명도다. 카르자이 집권 아래서 1기 외무장관을 지냈던 그는 2009년 대선 때도 카르자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하지만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결선을 포기하고 이후 야당연합체인 ‘아프가니스탄국민연합’을 이끌었다. 원래 안과의사였던 그는 1990년대 탈레반 집권기에 반군인 북부동맹(반탈레반 부족 연합체) 대변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북부동맹의 중심축이자 아프간에서 두 번째 규모인 타지크족(27%)이 그의 정치 기반이다.

 반면 가니 후보는 아프간 최대 부족인 파슈툰족(42%) 출신이다. 탈레반이 속한 파슈툰족은 18세기 아프간 왕국 성립 이래 주요 지도자를 배출해 왔다. 하지만 가니의 이력은 부족적 정체성보다 ‘유학파 엘리트’ 색채가 짙다. 1977년 미국 컬럼비아대에 입학한 그는 세계은행(WB)에서 10년간 근무한 것을 비롯해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 카불대 총장 등을 거쳤다. 2009년 대선 출마 전까진 미국 시민권자 신분이었다.

 현재로선 누구도 결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 양 후보는 탈락한 군소후보, 특히 3위를 차지한 잘마이 라술 전 외무장관 영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카르자이의 암묵적 지지를 받은 라술 후보는 11.5% 득표에 그쳤다.

 또 다른 변수는 이른바 ‘아메리카 세대(Generation America)’로 불리는 젊은 층이다. 아프간은 인구 3분의 2 정도가 25세 이하인 젊은 나라다. 2001년 미군 주둔 이래 성장기를 보내고 인터넷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이 세대는 전통의 부족 정체성과 거리를 둔다. 이들은 또 ‘파슈투니스탄(Pashtunistan)’, 즉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파슈툰족 지역에 걸친 파슈툰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탈레반의 테러 행위에 반감을 갖고 있다. 압둘라 후보는 “아프간은 이미 부족 정치를 넘어섰다”면서 이러한 변화를 반기고 있다.

 둘 중 누가 되든 카르자이 시대와의 단절은 불가피하다. 두 후보는 카르자이가 미뤄온 미국과의 양국 안보 협정에 서명하겠다고 공약했다. 3선 연임 제한으로 이번에 출마하지 않은 카르자이는 임기 후를 의식해 최근 부쩍 탈레반 관용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남부 파슈툰족을 사실상 장악한 탈레반과 어느 정도 화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면 압둘라는 반탈레반 입장을 명확히 함으로써 미국 등 서방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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