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말 미안하구나 … 못난 할애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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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손자에게 편지를 썼다. “손자 ○○아 그리고 많은 우리의 아들딸들아. 춥고 어두운 곳에서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그 모습들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모른다. 정말 미안하구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구나. 그곳에선 꿈도 펼치고 행복해하기를 …. 못난 할애비가.” 할아버지는 25일 오전 11시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 이 편지를 실은 종이배를 띄웠다. 왼쪽엔 ‘희망호’, 오른쪽엔 ‘안전호’라 적힌 종이배는 파도를 이기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바다에 주저앉아 울었다. 부두에 올라간 할아버지는 1시간30분 동안 아무것도 깔지 않은 바닥에서 바다를 향해 절을 했다. 팔꿈치엔 피가 나고 양말엔 구멍이 뚫렸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손자를 보냈다.

최종권 기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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