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 낭비 많은 일선 보건소 의약품 관리|시효 지난 것 배정·보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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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의 의료 시혜 확대 시책에 따라 내년부터 영세민 의료 보호의 주역을 담당할 1차 진료 기관인 일선 보건소에 유효 기간이 지난 항생제를 비롯한 부정 의약품이 배정되는 등 의약품 관리가 엉망이다.
이 때문에 일선 보건소 가운데는 배정 받은 의약품을 사용할 수 없어 사장, 국고를 낭비하는 사례가 많은가 하면 약화 사고까지 빚을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보사부가 영세민 의료 보호를 위해 실시한 일선 보건소 (1백77개) 시설 장비 일제 조사에서13일 드러났다.
보사부 조사에서 드러난 보건소의 부실한 약품 보관 실태는 ▲유효 기간이 지난 주사약 ▲제조 일자가 적히지 않은 부정 의약품을 배정 받아 방치하거나 ▲보유 약품을 제때 사용치 않고 사장, 국고를 낭비하는 것 등이 대부분이다.
일부 도의 경우 69년10월 제조한 식염수 주사약 (1천㏄)을 유효 기간이 지난 금년 8월에 일선 보건소에 공급했으며 항생제 「데트라마이세친」은 73년5월30일 제조, 유효 기간이 75년5월30일인데도 한달 전인 같은 해 4월에 배정. 사용치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시 일부 보건소를 비롯, 12개 보건소에서는 배정 받은 약품 3백15종 (싯가 2백20만원)을 제때 사용치 않아 변질 또는 유효 기간 경과로 폐기 처분했으며 전국 16개 보건소에서 유효 기간이 지난 약품 16종 2천6백개 (싯가 1백48만원)를 보관하고 있으며 44개 보건소에서 장기 (2∼15면) 보관으로 약효를 잃은 약품 1만2천2백55개 (5백만원)를 계속 방치하고 있다는 것.
담양 등 3개 보건소는 나병 업무를 맡고 있지 않은데 나병 치료약 2백여 병을 배정 받았으며 경북 모 보건소는 성병 치료약 3천5백병을 배정 받았으나 의사가 부작용을 우려, 사용치 않고 보관하는 둥 국고를 낭비하는 사례가 많다.
이밖에 의사가 배치되지 않은 일부 보건지소에 의료 「세트」를 배정, 방치하고 있는데도 이를 다시 배정했으며 고장난 의원 의료 장비를 수리치 않고 방치하는 등 6개도 26개 보건소에서 1백51종 4백56개 의료 장비를 제대로 활용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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