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공개|건수 위주|잇단 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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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기업을 공개한 67개 회사 중 20%에 가까운 13개 회사의 주식 시세가 액면가를 밑돌고 있는데도 증권 당국은 연말을 앞두고 실적을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12윌 중에만 21개 기업의 공개를 서두르고 있어 투자자 보호와 증시 기반 강화를 외면한 졸속 공개 정책에 세찬 비판이 있다.
8일 재무부와 증권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2월중에 천지산업·조선비료·남광토건 등 21개 업체를 공개, 1백15억원의 신규 자금을 증시를 통해 조달토록 할 계획이며 이중 서울농약·조흥화학 등은 이미 공모를 끝냈다.
12월 들어 이처럼 공개 업체가 급증하는 것은 개정법인세법에 따라 올해 연말까지 기업을 공개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대주주 지분이 35%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세제상 혜택을 준다는 데도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 하반기의 저조한 공개 실적을 만회하려는 당국의 독려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의 기업 공개 실적은 상반기 중에 62개 업체가 주식을 공모, 6백1억원을 직접 금융 시장으로부터 조달한데 비해 하반기에는 11월말까지 5개 업체에서 31억원을 조달했을 뿐이다.
정부는 지난 7월1일 1백1개 기업을 공개 대상으로 지정, 지난해에 지정된 1백5개 기업 중 미 공개 업체와 함께 단계적으로 공개 작업을 밀고 나가려 했으나 지나친 증시 규제로 주가가 크게 떨어져 공개 작업이 순조롭지 못했다.
12월 들어 당국이 무더기 기업 공개를 추진하게 된 것은 내년 말 결산기를 앞두고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기 때문에 주식의 소화가 가능하다고 본 때문이다.
그러나 11월말 12월초에 걸쳐 금북화학·극동건설·삼천리산업·서울농약·조흥화학 등 5개 업체의 공개를 겪는 동안 증시 주가는 7일의 종합 주가 지수가 406·9 (72년1월4일=100)로 올해 가장 많이 올랐던 때에 비해 30·4「포인트」나 떨어진 저 주가를 나타내고 있어 연말까지 계획된 거래 업체의 공개를 강행하는 경우 증시의 적정 기조를 무너뜨릴 위험을 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개를 급히 서두르는 바람에 기업 내용에 대한 신중한 심사와 분석을 그르쳐 정부의 권장에 따라 주식을 산 투자가들에게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
지난 상반기 중에도 5월중에 20개 업체, 6월중에 23개 업체를 무더기로 공개 시켰는데 공개 후 액면가를 밑도는 13개 주식은 대부분 이때 공개된 업체들이며 하반기에 기업을 공개한 5개 업체 중 대림수산·일신도 이미 액면가를 밑도는 사태를 빚고 있다.
12월중 공개되는 기업은 공개 주선 기관의 주가 유지 책임이 12월말로 끝나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례가 더욱 늘 전망이다.
증권 관계자들은 당국이 무엇 때문에 온갖 부작용을 무릅쓰고 기업 공개를 성급하게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증시의 장기적 발전을 내다보는 자세로 공개 정책에 임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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