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물이 그리운 겨울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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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다시 살을 에는 듯한 겨울입니다. 벌써 제가 복무하고 있는 이곳 전방에는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우들도 후방에 계신 국민여러분의 따스한 배려에 항상 감사하며 사기가 높습니다. 계속 날아오는 위문편지와 직접 험한 이곳까지 찾아와 전해주시는 위문금품은 저희들의 사기를 높여 주는데 충분한 것입니다.
그러나 추운 겨울 전방초소를 지키다 보면 때로는 한밤중에 무척 목이 마를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꽁꽁 얼어붙은 물통의 찬물을 마시노라면 따뜻한 숭늉생각이 나게 마련입니다.
여러분이 보내 주시는 위문품인 비누·치약·잇솔·휴지 등도 모두 긴요하게 쓰이지만 저희들은 이럴 때마다 행여 보온병이라도 있었으면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제 생각이 너무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스스로 느끼면서도 따스한 물을 마시며 보다 철저한 국토방위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이 글을 씁니다.
홍성범<720-56 육군 제2002부대 본부 대 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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