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타이틀」…「롱·런」작전 세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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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염동균은 일단 그의 한을 풀고 한국「프로·복싱」사상 김기수·홍수환·유제두에 이어 4번째로 세계 정상을 차지했다.
염동균이「고바야시」에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경쾌한「푸트·웍」과「홈·링」에서 있을 수 있는「홀딩」작전, 그리고 1회에 뺏은 행운의「다운」이었다.
「고바야시」는 염동균보다 체력을 바탕으로 한 월등한「파워」가 있었지만 동작이 둔하고 단조로운 양「훅」에만 의존, 기술적으로는 그다지 월등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나타냈다.
염동균의 문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그것은 유제두·홍수환이 열광 속에서 너무나 비참하게 전락한 깊은 상처를 남겨줬던 과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염동균은 우선 77년1월24일 이전에「포세·세르반테스」(콜롬비아)와 1차 방어전을 갖게 되어있다.
이 1차 방어전은 일단 국내에서 갖기로 되어있어서 큰 문제는 될 것 같지 않을 듯 하다.
그렇지만 여기서 이기더라도 약정에 따라「로얄·고바야시」와 다시 일본에서 싸우기로 맺어져 있어 염동균의「룽·런」여부는 이 시기가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 같다.
염동균은「고바야시」와의 대결 때 보여준 것처럼 강력한「파워」가 없다는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이런 염동균이 과연 첩첩산중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이냐 하는 것은「챔피언」관리의 요점이 아닐 수 없다.
한국「프로·복싱」은「타이틀」을 천신만고 끝에 얻은 후 너무나 어이없게 되돌려준 과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염동균은 자만을 버리고 착실한「프로·복서」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하며「매니저」와「프러모터」는 세심한 배려로「챔피언」관리에 집중해야 될 것이다.
염동균은「슈퍼 밴텀」급 왕자가 됨으로써 일단 적어도 6만「달러」의 상품가치를 갖게 됐다. 이 값있는 상품을 값있게 선용할 줄 아는「복싱」계 풍토가 이뤄져 유제두·홍수환의 뼈아팠던 전철을 밟지 말아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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