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 계열, 생명 지분 매각…삼성 '지배구조 단순화'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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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그룹 내 지배 구조 단순화 작업이 가시화됐다.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비(非) 금융 계열사들이 일거에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해 출자 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식이다.

삼성정밀화학ㆍ제일기획ㆍ삼성전기는 이달 23일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22일 공시했다. 현재 삼성정밀화학은 삼성생명 주식 94만4090주(0.76%), 제일기획은 42만5560주(0.21%), 삼성전기는 120만6380주(0.6%)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도 22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생명 주식 70만8910주(0.35%)를 전량 매도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지분 매각은 삼성생명이 핵심 축으로 있는 그룹 내 출자 구조를 단순화하는 과정이다. 또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한 생명ㆍ화재ㆍ카드 등 금융 계열사 간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비 금융 계열사들이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해 순환 출자 고리를 끊어내면서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확보,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라면서도 “지분율로 따지면 3곳 다 삼성생명 주식을 1% 미만으로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이들 회사가 갖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이 많지 않아 이번 매각은 의미없는 지분을 정리하려는 일종의 ‘가지치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또 “삼성생명은 이건희 회장과 에버랜드가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매각으로 경영권에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전기는 이날 삼성정밀화학으로부터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재료 사업을 310억8000만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MLCC는 전자회로에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쓰인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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