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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세월호의 여승무원·교사도 의인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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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4년 전 4월 백령도 남쪽 바다의 물살이 거셌다. 금양호는 거센 파도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수색 작업을 돕고 돌아가다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다. 캄보디아 상선과 충돌해 김재후(당시 48세) 선장을 비롯한 선원 9명이 숨졌다. 그들의 희생을 기려 의사자(義死者)로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지만 직접적 구조활동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거부됐다. 국회가 나서 법률을 개정했고 약 2년 뒤에 김 선장을 비롯해 전원이 의사자로 인정받았다.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한국의 후진적 구조 시스템을 보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을 위해 자신을 던지는 의인(義人)들이다.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때 부산외대 양성호(25)씨가 그랬다. 사고 현장에 들어가 구조하다 2차 붕괴 때 희생됐다. 3월 양씨는 의사자로 선정됐다.

 의사자는 국가가 의로운 행동을 인정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의료비·교육비·가족취업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1970년 ‘재해 구제로 인한 의사상자구제법’이 시초였다. 지금까지 약 700명(의상자 포함)이 인정받았다.

 세월호 사고 때 살신성인(殺身成仁)을 실천한 사람들을 보면서 국민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양보하고 끝까지 승객들을 구하다 숨진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22·여)씨. 그의 장례식장에는 ‘대한민국 국민’ 명의의 조화가 등장했 다. 제자들을 끝까지 대피시키다 숨진 단원고 남윤철(35) 교사는 참스승의 길을 보여줬다. 네티즌은 두 사람의 의사자 인정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간 정황을 보면 두 사람의 의로운 행위를 의심할 여지가 없다. 관건은 의사상자 예우 및 지원법 제1조(목적)의 ‘직무 외의 행위’ 조항이다. 이 조항을 적용할 때 두 사람의 행위를 승무원과 교사의 직무로 해석할 경우 의사자가 될 수 없다. 설마 정부나 의사상자심의위원회가 목숨 바쳐 승객과 학생을 구하는 일을 승무원과 교사의 통상적인 직무로 보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조속한 시일 내에 의사자로 인정되길 바란다.

 이들만이 의인은 아니다. 세월호 안에 갇힌 학생이나 승객 중에도 알려지지 않은 의인이 많을 것이다. 의사자가 되려면 목격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하다. 간접적인 전언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생존자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겠지만 가능하면 기억을 더듬어 의인을 많이 추천했으면 한다. 그렇게라도 해서 의로운 행위를 알려야 그들의 넋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