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근해의 조난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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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울릉도 근해에서 고기잡이하던 어부들이 거센 풍랑을 만나 11월2일 현재 41명이 실종되거나 익사하고 그밖에도 1백78명이 행방불명되었다.
해양경찰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29일 이후 동해안에선 모두 30척의 어선이 조난, 그중 21척 3백61명은 구조됐으나 나머지 2척은 침몰되고 7척은 표류 중이라고 하니 근래에 없던 커다란 해난사고라 아니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에 서해에서도 3명의 어부들이 실종됐다니 안타깝기 그지없으며, 하루빨리 수색과 구조의 손길이 미쳐 행방불명된 어부들이 무사히 귀환하길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근자 우리 나라에서는 육지뿐만 아니라, 해상에서의 조난 사고도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을 뿐더러 사고가 났다 하면 으레 한꺼번에 수 십 명씩의 인명손실이 보도될 만큼 사고가 대형화해 가고 있음은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것은 선박과 절대 수가 크게 늘어난 데다 전에는 연안에서도 잘 잡히던 고기떼가 이체는 점차 원·근해에까지 출어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으며, 겸하여 정기여객선의 운행도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에 아직도 생생한 남영호·연호·한일호·만덕호 등의 해난사고를 비롯, 울릉도 근해에서 거의 매달처럼 일어나고 있는 어선조난의 경위를 깊이 따져 보면 그 원인이 반드시 불가항력적인 것만은 아니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해난사고의 원인으로서는 흔히 우리 나라 서·남해안이 지형상 심한 굴곡을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사이에 수많은 작은 섬과 암초들이 산재해 있는 등 자연적인 악조건을 많이 가졌기 때문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 나라 연안일대는 1년 중 저기압이나 태풍이 통과하는 통로가 되고 있으며, 기상조건 또한 한랭전선과 난기류의 통과로 돌풍이 자주 휘몰아치며, 여름은 격랑과 짙은 안개, 겨울은 눈보라로 전망이 좋지 않는 등 악조건이 겹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실제로는 이런 지리적·기상적 불리한 조건에서 일어나는 사고보다도 해운행정의 결함, 운행의 부주의, 장비의 노후, 안전시설 미비 등 다분히 인재에 의한 해난사고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울릉도 근해에서 일어난 조난사고 역시 운행·조업상의 부주의, 안전시설 미비, 장비의 노후 등이 그 주된 원인임은 여러모로 분명하다. 폭풍주의보가 발효 중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그토록 많은 어선들이 출어했었다는 사실 자체가 어부들의 방심과 함께 해양경찰 및 수산청의 어로지도당국의 단속 소홀에 비롯된 것임은 가릴 수 없지 아니한가.
어로작업 중 불시에 이 같은 주의보가 내려졌을 경우에도 즉각 무전연락이 되어 급히 대피하는 태세가 갖추어져 있었어야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 많은 어선들이 그렇지 못했던 것은 이들이 하나같이 안전시설과 장비면에서의 노후 때문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를 속수무책으로 앉아서 당한 격이 되고 만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중요한 것은 이번 조난사고를 계기로 우리 나라 전 어선을 대상으로 평소부터 철저한 해난방지대책을 세우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매번 큰 사고를 당할 때마다 느껴 온 통분을 가라앉히고 이번에는 사고요인을 철저히 파헤쳐 반드시 그 근원적인 대책을 세우는데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노후화한 어선과 장비의 대체방법을 모색하고, 긴급사태에 대비한 제반 안전대피 체계의 수립에 모든 관계자들의 협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모든 선박의 선원과 어부들에 대한 준법정신이 강조돼야 하겠으며, 운행·어로 중의 부주의와 방심을 경계하고 사고방지 기술을 익히는 훈련계획에도 특별한 관심이 베풀어져야만 할 것이다. 끝으로 해양경찰·수산청당국의 효과적인 해상경호·어로작업 지도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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