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기조가 흔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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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재정흑자에 힘입어 9월말 현재 13.4% 증가에 그쳤던 통화량은 4·4분기에 들어서면서 이제까지 환수요인으로 작용했던 정부부문에서 2천억원규모의 재정철초가 예상되어 통화증발요인으로 가세하게 됨으로써 연말통화량은 재정안정계획상 증가억제선 25%를 훨씬 넘어 30%에 이를 전망이다. 이같은 유동성의 폭발적 팽창에 연말을 전후하여 전력요금·철도요금·우편요금의 대폭 인상이 예정되고 있고 국제 원유가격마저 들먹이고있어 정부가 올해 경제시책의 최대목표로 내세웠던 안정기조의 유지는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일 통화당국에 따르면 연말을 불과 2개월 여 앞두고 통화량이 이처럼 급격히 눌어날 것으로 보는 것은 국회에 상정돼 있는 2천3백억원 규모의 추경예산 중 1천7백억원이 연내에 집행될 예정이고 추곡수매자금 2천억원 정도가 같은 기간 중에 풀릴 예정이어서 재정부문에서 4천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일시에 공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중 추경예산의 집행에 따른 자금수요는 세수의 초과징수에 따른 재정흑자로 메워져 새로운 통화증발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양곡관리기금에서 2천2백억원의 한은 및 일반은행차입이 불가피한 실정이어서 이것이 그대로 통화증발로 나타날 전망이다.
추경예산규모는 2천3백38억원이지만 정부는 연말의 포화팽창을 다소라도 완화하기 위해 이중 6백억원 정도는 그 집행시기를 내년으로 미룰 예정이어서 연내 집행은 1천7백억원 선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곡관리기금에서는 당초1천7백억원을 한은에서 차입하고 1천억원의 양곡증권을 발행, 자본시장에서 소요자금을 전액 조달할 예정이었으나 1천억원의 양곡증권 중 5백억원만 소화될 것으로 보여 나머지 5백억원은 금융기관인수가 불가피하며 따라서 2천2백억원의 통화증발이 예상된다.
정부는 안정기조의 회복과 유지를 통해 우리나라경제의 최대과제로 삼고 어떠한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물가상승률 10%선을 지키겠다고 거듭 다짐해 왔으나 실제정책집행과정에서는 해외경기상승에 의한 수출「부」에 휘말려 안정기반구축을 위한 자체적 노력을 게을리 함으로써 당초의 정책목표에서 크게 빗나가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초 예상의 2배를 넘는 성장추세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통화증발 등으로 정부가 당초 다짐했던 물가안정목표달성은 적지 않은 압박을 받게 되었으며 행정규제로 형식상 10%물가안정이 가능하다해도 그 주름이 내년에 이월되어 적지 않은 시련을 겪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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