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투쟁의 결말 아닌 극적 시발-영구거이 본 중공의 내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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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국의 권위있는 중공문제소식통들은 강청 등 강경파의 체포를 모택동의 사후 후계문제를 둘러싸고 앞으로 계속될 긴장불안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그들이 이번 사건을 강경파와 온건파간의 승부라는 차원에서보다는 「불안」이라는 측면에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은 이번의 파란이 각파간 쟁투의 결말이기보다는 하나의 극적인 시발, 또는 과정에서의 고비일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청 일행의 검거가 갖는 당장의 의미를 파벌간 싸움에서 극좌파가 일단 후퇴나 패배한 것으로 보는데는 일치하고 있으나 「더·타임스」·「텔리그래프·BBC방송 등 이곳 주요 「매스컴」에 속하거나 등장한 권위있는 관측통들의 평가에서 두드러진 점 하나를 든다면 이러한 파벌간 승부의 「스코어」를 현재로서는 잠정적인 것으로 보아야한다는 것이다.
아직 50대의 화가 지난55년 호남성 지방당의 무명간부의 자리를 기점으로 국내외의 시선을 끌면서 결국 중앙당의 정치국과 군부를 통수하는 자리에 오른 과정이나 그 이후에 보인 그의 정치실력을 범상의 수준이상으로 높이 평가하는 관측통들은 많다.
최근 한두달사이 각파간에 자신의 역할을 모노선의 전통을 잇는 정당한 것으로 부각시키는 작업에서 화와 그의 지지자들이 보인 솜씨는 강청 등 소위 상해파에 비해 일일지장의 우위를 보여온 것으로 그들은 평가한다. 현재 군부핵심부의 파벌구성이나 알려진 경향면에서 보더라도 시련에서 생존할 가능성을 극좌파에 보다는 화등 온건파쪽에 한몫을 더 놓는다. 예를 들어 3백만을 넘는 군의 중추구조를 이루는 11개 군구사령관 중 9명이 과격좌파에 보다는 친온건파경향을 보여져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면서도 이곳 「업저버」들이 강청 등의 수난을 곧장 화의 결정적인 승리로 단정하는데 주저하는 것은 장막 속에 가려져 온 중공의 크기와 깊이 및 그 생태가 단편적인 사실만을 바탕으로한 속단을 허용치 않기 때문이다.
화에 관해 지금까지 알려져 온 사실-이를테면 당료이기보다 행정관료출신이라든가, 그의 편향이 이념적인 「도그머」보다는 현실적인 실무에 기울어져 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든지, 또는 그가 지금까지의 중공지도부원로들과는 달리 소위 「해방구」·「대장정」·정안생활을 거치지 않은 신진세대를 대표한다는 사실이 새로운 중공지도부에 적어도 신축성의 폭을 넓혀줄지도 모른다-따위 등은 지금까지의 과격한 혁명노선을 걸어온 중공의 「온건화」의 기대를 북돋워 주는 요인들로서 지적된다.
또 국제관계에서도 모사후의 중공이 소련에 대한 강경한 태세를 격화 내지는 견지해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에 대한 태도에선 지난 며질 동안의 인민일보의 사설에서처럼 눈에 띄는 유연성을 보여왔다는 사실도 아울러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질문이 화의 압도적 지도권의 확립이 앞으로도 성공으로 끝날 것이냐, 뜨는 그런 성공이 중공의 국내외정책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될 것이냐에 이른다면 대답은 지극히 모호해지고 「더·타임스」의 「리처드·해리스」논설위원의 말을 빌자면 『우리는 아직도 거의 완전히 깜깜한 어둠 속에 있다』는 것이다. 【런던=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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