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의 향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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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화의 달」10월에는 지방마다의 향토문화제가 절정을 이룬다.
각 지방 고유의 민속전승을 되살려 향토문화의 향연을 베푸는 이행사가 추수기를 맞아 한층 풍성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가을에 열리는 20개의 향토 문화제가 봄철의 20개 행사와 함께 전국의 63개 향토문화제의 큰 줄기를 이룸도 이상할 것이 없다.
농경민족의 오랜 문화전통 탓이랄까. 농사가 시작되는 봄철과 추수기인 가을에 이루어지는 축제적 습속의 의미는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향토문화제란 결국 각지방에 독특하게 전래된 민속전승행사이며 자연 속의 인간을 확인하는 원초적 축제로서 부각돼야 하는 것이다.
지방고유의 전통예술과 민속놀이가 재현되는 가운데서 향토애가 확인되어야하며, 선인들의 체취가 감지되고 민족적 문화유산에 대한 긍지가 다져져야하는 것이다.
그렇건만 오늘의 향토문화제는 어느덧 본래의 의미가 퇴색하고 행사 위주화 하면서 본질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민간에 전승돼 내려온 고유문화의 토색 짙은 예술성이 망각되는가하면, 지방마다 다른 집단 오락적 성격이 흥미위주로 분식되거나 현대화의 이름으로 왜곡되는 경향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뿐더러 민속전승의 순수성, 원형의 보존이 중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중에 영합하는 흥행성이 지나치게 노출되거나 현대적 감각에 억지로 결부시키기 위해 「매스·게임」화하고「쇼」화한다는 비판도 받게 되었다.
또 행사내용에 있어서도 지방마다의 특성이 무시되는 반면, 시조 경창대회·음악회·백일장·가장행렬 등 일반화된 행사로 학예회 같은 느낌을 갖게까지 되었다.
이것은 분명 향토문화제의 타락현상이라 할 것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민속놀이 건 민속전승 이건 간에 향토문화제가 유지해야할 기본성격은 그 원형의 순수성이며 지방마다의 특유의 개성인 것이다. 원형이야말로「엘리아데」적인 의미에서 영원회귀의 본질인 것이며, 개성이야말로 다양성의 출발점인 때문이다.
그 점에서 향토문화제의 변질은 우리 향토 농어촌의 변질은 우리 향토 농어촌의 변질을 대변한다고 하겠다.
이미 대부분의 마을에선 농악도 부락제도 산신제 또 잃어버렸으며, 아울러 순후한 인심과 영원을 사는 정신적 안정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청년들은 근대화의 조류 속에서 잘살려는 의욕을 더 높일 수 있게 되었지만, 「팝송」과「고고」에 탐닉하는 동안 향토를 사랑하고 고유민속을 지키려는 의지는 약화될 밖에 없었던 것이다.
향토 문화제가 민속전승의 원형과 개성을 견지해야한다는 것은 이런 변질의 위험을 벗어나려는 의도도 포함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많은 민속전승들이 일제하의 단절을 극복하고 오늘에 재현되어야 하는 것은 그러한 민족적 주체성회복의 필요성이다.
향토 문화제는 우리민족이 잃었던「마음의 고향」을 다시 찾고자하는 순수하고 강렬한 의지가 담겨진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에 이 10월에 펼쳐질 향토 문화제들은 이 뜻을 살려야하며 더나가 전국적인 향토문화체계의 구성으로 발전시켜, 민족문화의 창조적 역량결집까지 이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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