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학문한 부상의 수택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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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의 집안은 9대째 비슷한 학문의 길을 걸어오기 때문에 서가도 책도 선조의 수택이 있다. 현재 간직하고 있는 책의 3분의1정도는 대를 이어 물려받은 것이나 6천권 정도는 고대에서 강의를 하는 동안 틈틈이 모은 것이다.
학문의 길을 풀어 설명해 준 한국최초의 도설인 권근의 『입학도설』(1390년간)이 10여 차례 탐독된 책이다. 주돈신의『태극도설』을 본뜨고 주자의 『중용장구』를 참고해 그림을 곁들인 이 책을 통해 나는 처음으로 동양철학의 오묘함을 어렴풋이 나마 짐작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퇴계전서 중 기고봉과 퇴계 사이에 오간 사서칠정의 논쟁 서한문도 학문적 논쟁의 귀감으로 자주 손에 드는 책이다.
서양 철학부도 「플라톤」에서 「헤겔」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가지고 있으나 동양철학과의 비교연구 필요에 따라 구입 된 것이기 때문에 그 수요가 1천여 권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8개월 동안 병으로 서가를 자주 대하지 못하고 누워있는 것이 안타깝다. 건강이 회복 되는대로 서가 옆에서 평생의 과업으로 여기고 집필중인 『한국사상사』 와 『중국철학사』를 완성하는 것이 남은 생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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