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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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늘날 이 지구상에는 약 7백만 명의 과학자가 있다. 미 「타임」지사가 발간한 『과학자』라는 책에 따르면 1세기 전에 비해 이것은 부려 6백 배나 늘어난 숫자다.
1665년엔 50명, 1765년엔 수백명, 1865년엔 1만명, 1965년엔 6백만명, 그후 10년이 지난 지금은 필경 7백만 명 가까이 되었을 것 같다.
새삼 과학문명의 「템포」가 얼마나 빠른지를 실감할 수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과학지식의 수요는 거의 무한대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중대한 역사적 국면이 있을 때마나 먼저 과학자들이 동원되었다. 제1차 대전 무렵엔 미국의 과학자들은 「국가연구심의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2차대전이 일어나면서 이들은 과학·연구·개발국으로 격상되었다. 그후 한국동란이 벌어지면서 이 기구는 과학자문위원회로 발전했다. 소련이 「스푸트닉」(인공위성)의 발사에 성공하자(1957년) 이 위원회는 백악관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그리고 위원장은 대통령특별보좌관의 한사람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이것은 물론 정치 혹은 군사적인 의미도 다분히 포함되지만 과학이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비중을 갖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
과학은 또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에서 대중의 것으로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러시아」태생의 미국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라는 작품이 초연되던 때(1913년), 음악회장에선 큰 소동이 벌어졌었다. 불협화음의 난무에 청중들은 비난과 욕실을 퍼부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청중들은 이런 음악에 감동할 줄 안다. 미적 판단의 기준이 그만큼 새로와진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과학시대의 「모럴」이랄까, 한 단면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런 시대적 변화에 더없이 환멸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코메르니쿠스」는 인간과 지구를 자주의 중심에서 쫓아냈으며, 「다원」은 인간을 동물의 「레벨」로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머리에서 혼을 빼놓았으며, 「컴퓨터」의 발명은 인간을 바보로 만들어 간다고도 한다. 「A·토인비」와 같은 사학자는 과학의 발달이 정신문화의 그것을 앞질러 결국 오늘의 우리는 정신이 없는 세계에 살게 되었다고도 했다.
요즘 우리의 과학전에는 훌륭한 노작들이 많이 발표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더구나 어린 세대들의 참여가 활발한 것은 과학의 앞날에 희망을 던져주는 것도 같다. 그럴수록 우리의 과학지망생들은 인류의 무엇에 기여해야 할지 잠시도 그 사명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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