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공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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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10일 올들어 두번째로 우수 공무원 3백 명을 선발, 포상했다. 서정쇄신의 회오리 속에 자칫 공무원 사회의 어두운 면만 눈에 띄던 터이라 이들 우수 공무원들의 행적은 더욱 빛이 난다.
도정쇄신이란 원래 깨끗하고 효율적인 공무수행 자세를 확립하자는 운동이다. 그러자면 부정 공무원을 적발, 추방하는 소극적 방법 못지 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깨끗하고 모범적인 공무원을 발굴하여 그 사기를 북돋우는 적극적 노력이 중요하다.
청렴하고 근면한 것이 결국 사회적 평가를 받고,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통념만 생기면·서정쇄신은 저절로 진척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한마디로 서정쇄신이 완성되기는 아직 멀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과연 직권 즉 취리의 수단이라는 우리 관료사회의 뿌리깊은 관념이 완전히 불식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구멍가게로부터 큰 회사에 이르기까지 사업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도 공무원들의 부패는 여전히 뿌리 깊다는 것이다. 창구에서의 금품수수 같은 눈에 띄는 부조리는 줄어들었지만, 그 대신 은밀한 거래는 거의 그대로라는 것이다. 확실히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위험 부담이 커져서 인지 한번의 거래규모가 대형화하는 경향마저 있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결국 직권을 이용하려는 공무원측의 부패 수요가 있고, 이를 이용해 적은 부담으로 큰 이득을 취하려는 측의 부패의 공급이 있는한 적발과 처벌만으로 부패를 막기는 어렵다.
따라서 서정쇄신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부패의 수요와 공급이 모두 억제되든지, 적어도 그 한 측이 완전 차단되지 않으면 안된다.
부정 공무원을 적발·처벌한다든가 모범 공무원을 발굴, 포상한다든가 하는 것은 결국 부패를 수요 측에서 차단하려는데 그 뜻이 있다.
이 중에서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추상같은 처벌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추상같은 처벌이란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경우 처벌이 약해지면 다시 부패가 고개를 들 위험을 안고 있다.
그보다는 부패하지 않고 청렴하게 열심히 일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노력이 장기적으로는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위험부담이 있는 부패보다는 장래성이 약속된 청렴을 택하도록 「인센티브」를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모범공무원에 대한 현재의 포상방법은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훈장을 달아주고 얼마간의 상금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 직급 또는 호봉을 높여주고, 또 공적 여하에 따라서는 집 한 채라도 마련할 수 있을만한 두툼한 상금을 주어, 각고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이번에 포상된 우수공무원들의 공적을 보면 수10억원의 국가재산을 찾거나 절약한 사람도 있고, 유휴지 개간 등으로 지역 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례도 있다.
그 중에는 맡은 직분에 충실했을 뿐 아니라 주어진 여건을 뛰어넘는 사명감과 노력으로 사회와 국가에 특출한 봉사를 한 경우도 소개되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야말로 시대가 요청하는 공복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국가·사회에 대한 기여에 대해 국가가 파격적인 보답을 해준다해서·아까울 것은 조금도 없지 않겠는가.
다만 우수공무원의 포상과 우대가 부패수요의 억제로 직결되기 위해선 그 선발이 공명정대 해야한다. 그렇지 못하면 부패수요를 억제하기는커녕 자칫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는 부정공무원 처벌과 병행해 그늘에서 국민에게 묵묵히 봉사하는 우수공무원을 더 많이 발굴하여 우대함으로써 새로운 공무원상을 정립하는데 정책역점이 두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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