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중 고교생 바둑대회에 다녀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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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8월16일 하오 타이페이에 도착한 우리대표단 일행은 17일 상오10시 우리 대사관을 예방하여 김규원 대사의 환대를 받고 하오4시에 중국측과 준비회의, 6시에는 동양최대의 호텔이라는 원산대반점에서 중국위기회 우석래 회장(중화민국 입법의원)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18일 상오9시30분 개막식에 이어 10시부터 대국으로 들어갔다. 제한시간은 각 2시간으로 하루에 한판씩 3일간 대국.
첫날은 AA, BB, CC, 2일째는 AB, BC, CA, 3일째는 AC, BA, CB, 이런 식으로 양측선수 각 3명이 상대방선수와 풀·리그로 총 9국을 싸우는 방식이 채택되었다.
첫날은 우리 팀 주장인 문용직군이 중국주장 진한빈군을 이겼을 뿐 조대현·강만우군이 대가신·진중준군에게 모두 패해 1승2패의 부진한 전적. 그러나 다음날에는 심기일전, 3승을 거두어 단번에 리드를 잡았다.
3일째에는 조대현군이 일찌감치 압승을 거두어 우리 팀의 우승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문군은 근소하나마 이길 수 있었던 바둑을 1점차로 아깝게 졌으며 강군은 크게 우세한 판을 엉뚱한 실수로 대마를 죽여 종합전적은 5승4패. 여기서 한가지 괄목할 일은 중국선수들의 수준이 종전보다 엄청나게 향상되었다는 사실이다. 주장 진군은 중국위기회 소속 3단이며 나머지 두 선수는 모두2단. 이들은 신문기전에도 출전하고 있어 분명 전문기사임에도 자기들은 아직 아마와 프로의 구분이 없다는 중국측의 얘기.
특히 중국 팀 주장 진군은 어릴 때부터 일본기원 원생으로, 유명한 목곡9단의 문하생으로, 조치훈7단 등과 함께 다년간 전문가수업을 쌓은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그때부터 만만찮은 솜씨였다는 것이 목곡도장에서 같이 지냈던 윤기현7단과 하찬석 국수의 설명이다.
이러한 중국선수들의 전력을 분석해볼 때 그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우리 선수들의 수준이 중국위기회는 물론 일본기원의 프로 초단·2단을 능가하고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한국 바둑의 앞날을 위해서는 퍽 고무적인 일.
우리 대표단은 타이페이에 머무르는 동안 승부보다는 참다운 한국의 이미지를 심자는 김덕보 단장과 이홍식 부단장의 뜻에 따라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교류하며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일정을 보냈다.
▲알림=제1회 한·중고교생 바둑대회의 기보는 6일부터 본지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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