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다이어리] 신칸센 '7분 청소쇼' 진짜 비결은 쓰레기 들고 간 승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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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 열차 청소에 앞서 승객들에게 인사하는 테세이 직원들. [서승욱 특파원]

일본 청소 용역업체 테세이의 고속철 신칸센 청소 작업은 ‘7분간의 신칸센 극장’으로 불린다. 정차 시간 12분 중 승하차 5분을 뺀 7분 동안 청소를 마치고 기다리는 승객들이 ‘연극’을 관람하듯 지켜보기에 붙은 별명이다. 1개 팀 22명, 총 11개 팀이 하루 110대의 신칸센 청소를 한다.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재 수록이 결정됐을 정도로 유명세를 탄 건 단지 청소 속도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우린 청소부가 아니라 승객에게 ‘여행의 추억’을 파는 토털 서비스맨”이란 직원들의 열정 덕분이다.

 하지만 청소 장면 자체도 훌륭한 볼거리였다. ‘좌석과 앞주머니의 쓰레기 바닥에 떨어뜨리기→좌석을 출발 방향으로 돌리기→등받이 테이블을 펴 헝겊으로 닦기→블라인드 열기→통로에 모아둔 쓰레기 빗질→창틀 오물 제거→승객 분실물 체크→더러워진 좌석 커버 교체’.

 팀워크와 숙련도가 발군이지만 이 모두를 7분 내에 끝낼 수 있는 데엔 다른 비밀도 있다. 승객들이 자리에 쓰레기를 거의 남기지 않아서다. 휴지통에 버리거나, 하차 때 테세이 직원들이 들고 서 있는 비닐 속에 넣기 때문에 쓰레기 절대량이 확 준다. 연극 ‘7분간의 기적’의 조연은 바로 일본의 승객들인 것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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