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융합형 데이터 과학자부터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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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이정진
숭실대 정보통계 교수
한국통계학회장

정보기술(IT)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반인에게 생소한 용어들이 붐처럼 나타났다가 거품처럼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기술 용어가 일으킨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 그때부터 이 용어는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다. 공공기관과 기업들도 앞다퉈 투자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슈가 실체보다 부풀려졌을 때 나타난다.

 최근 IT 분야에서 떠오르는 이슈인 빅데이터(big data)를 보며 이 같은 실패 사례가 될까 우려스럽다.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함에 따라 생성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빅데이터다. 공공기관이 수십 년 동안 축적해온 공공 데이터, 인터넷 검색정보 데이터, 페이스북·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데이터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공공기관은 국민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고, 기업은 소비자에게 효율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다.

 그러려면 컴퓨터·통계·경영학을 모두 섭렵한 융합형 전문가, 즉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필요하다. 선진국들은 이미 빅데이터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행정 구현’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빅데이터 활용을 강조하자 최근 여러 공공기관과 기업들도 관련 사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진정한 빅데이터 연구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기존 전산 시스템을 일부 활용한 것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포장한 게 상당수다. 컴퓨터 교육에 치중된 프로그램으로 통계 분석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키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투자 대비 활용도조차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진행된다. 많은 비용을 투자한 프로젝트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면 공공기관은 세금 낭비요, 투자 기업은 손해다. 그러다보면 빅데이터 이슈도 언젠가는 스르르 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

이정진 숭실대 정보통계 교수·한국통계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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