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난 줄 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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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고당시 판문점에는 「홍콩」·자유중국·미국·독일·일본 등지에서 온 관광객 1백여명이 판문점 관광을 막 시작하려 했다.
대한여행사의 관광「버스」 3대로 판문점에 도착한 이들은 전진기지 사령부에서 1시간에 걸쳐 「브리핑」을 듣고 상오 10시50분쯤 다시 「버스」에 타고 「자유의 집」으로 가려던 길이었다.
이 자리에 있었던 독일인관광객 「제를」씨(33·고교교사)에 따르면 「사이렌」소리가 계속해서 울리고 미군들이 분주하게 뛰면서 비상이 걸렸다고 알리면서 『관광객들은 모두 철수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상황을 알지 못한 관광객들이 웅성거리며 차에 오르려고 하자 사망자와 부상자를 실은 「앰뷸런스」1대·「지프」3대가 공동안전 구역으로부터 쏜살같이 전진기지 사령부 앞을 거쳐 문산쪽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제를」씨는 당시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었으나 판문점 안에 긴장감이 감돌고 군인들의 얼굴이 모두 굳어있어 전쟁이 났나하고 한때 착각했다고 말했다.
사고당시 판문점 미군장교 숙소 앞에 있었던 일본인관광객 「오다·도시오」(38·소전준웅·일본「고오베」·상업)는 미군장교로 보이는 군인이 머리와 어깨·가슴 등이 피투성이가 된 채 들것에 실려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오다」씨는 당시 판문점에는 비상「사이렌」이 계속 올리면서 미군과 한국군인들이 방탄조끼를 입고 긴장된 도정으로 분주히 뛰어 다녔다고 말했다.
이때 한 미군병사가 관광객들에게 뛰어와 북괴군의 도발로 「유엔」군 병사가 죽고 다쳤다고 간단히 말한 뒤 모두 철수하라고 말해 관광「버스」에 탔다는 것.
「오다」씨가 탄 관광「버스」가 「자유의 다리」를 빠져나올 때쯤 비상「라이트」를 켠 「앰뷸런스」1대와 「지프」3대가 문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오다」씨는 『나는 제3국인 이지만 이 같은 북괴의 도발에 몸서리가 쳐진다』고 말하고 『이 같은 도발을 「유엔」군이나 한국군이 왜 그대로 놔두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판문점 관광을 전담하는 대한여행사는 20일까지 판문점 관광계획을 모두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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