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백만명 서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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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의 인구가 지난 3월말 현재로 7백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총 인구 조사를 실시했던 75년10월1일 영시에 비해 불과 6개월 사이에 18만2천30명이 늘어났다. 연간 인구 증가율은 5·2%.
이런 증가 추세라면 1분도 못 돼 1명씩 늘어나는 셈이다. 하루엔 1천6백60여명, 한달엔 3만2천명, 그래서 1년엔 거의 37만명씩 서울의 인구가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필경 80년대에 접어들면 서울은 1천만명의 도시가 될 것 같다.
인구 7백만명이면 한 나라의 규모다. 오스트리아·스위스·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아랍 공화국·로디지아 등이 모두 총 인구 7백만 정도의 나라들이다. 이처럼 한 국가를 이루고도 남을 만한 인구가 좁은 한 도시에 모여 복작거리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난다. 길을 걸을 때도, 차를 탈 때도, 물을 마실 때도, 쓰레기를 버릴 때도, 교회엘 가도, 산엘 올라도…어디서나 인구, 인구가 피부에 부딪친다.
어느 심리학자가 흰쥐의 생태를 실험해 본 일이 있었다. 넓은 우리 속에서 놓아기르는 흰쥐와 좁은 우리 속에 그것도 수십 마리를 촘촘히 가두어 기르는 경우와 어떻게 다른가. 우선 생식 기능이 밀집 환경 속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 다른 현상은 밀집된 환경의 흰쥐들이 훨씬 더 사납고 「히스테리컬」했다. 식욕은 왕성하나 몸이 메마르고, 결국 이런 증상은 식욕 감퇴를 유발하고, 끝내는 매사에 의욕이 없어 보였다. 체념이랄까, 자포자기랄까…이를테면 숙명론자가 된 것이다.
구태여 번거로운 실험을 통해 그런 사실을 확인할 것까지도 없을 것이다. 바로 서울의 일상 환경을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버스」를 탈 때면 하찮은 일로도 서로 눈을 부릅뜨고 목에 핏줄을 세운다. 시장에서의 아우성은 더욱 그런 「히스테리」를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고함을 지르고 있는 것이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인간이 사는 세계에 인간다움이 없는 것처럼 삭막한 것은 없다. 그것이 도시의 물정이고, 바로 서울의 풍경인 것이다.
최근 서울시 당국은 녹화 사업과 도로 확장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서소문의 옛 중앙 수산 시장 자리도 수목이 들어서고 잔디가 깔린 공원으로 바뀌었다.
회색의 정글 속에서 「오아시스」를 보는 듯이 여간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다급한 것은 인구의 집중을 막는 일이다. 아름다운 전원을 버리고 이 메마른 도시로만 몰려드는 사람들의 그 목마름은 과연 무엇인가. 정부는 그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문제를 이젠 심각하게 생각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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