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없는 내 고장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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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생충처럼 끈덕지게 파고드는 도둑들의 행패는 한두 번의 집중적 소탕만으로는 결코 뿌리뽑히지 않는 것인가.
지난 3월20일부터 시작된 「도둑일제소탕전」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도둑이 요즘 다시 고개를 쳐들고 밤낮없이 극성을 부리면서 시민생활을 위협하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특히 서울의 변두리지역과 신흥주택가, 신축 「아파트」단지 등이 가장 심하며 성동구 중곡동의 경우 하루 한집 꼴로 도둑이 들고 있다면 이는 가히 무법천지라 해서 지나치다할 것인가.
중곡동이나 능동일대만이 아니라, 신개발지라고 하는 영동·잠실·성남시 등의 상황도 말이 아니다. 도둑에 시달린 주민들이 여러 차례 진정한 바도 있으나 별다른 호응조차 없다니 어찌된 일인가.
이처럼 변두리지성이나 신흥주택가에 도둑이 밤낮없이 날뛰는 가장 큰 이유는 시 당국이 택지 조성과 불하에 급급한 나머지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방범대책에는 별로 머리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은 겉만 번지르르한 새 주택단지 등이 들어서기는 했으나 공공 「서비스」 시설의 적절한 배치는 물론, 특히 방범대책은 허점투성이로 놔둔 채 일시에 많은 주민들을 받아들였으니 도둑이 날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 한 예로 중곡·능동지역은 5.5평방㎞의 넓은 면적에 7만2천여 명의 주민이 살고있으나 파출소는 고작 1개소에 불과하다. 게다가 여기에 배치된 경찰관이 통틀어 11명뿐이라는 것이니 이 지역에 어찌 도둑이 날뛰지 않겠는가.
전체적으로 인구 7백75명당 1인밖에 안되는 우리나라 경찰관 비율도, 미국의 5백43대1, 일본의 5백78대1, 「프랑스」의 3백16대1에 비하면 형편없이 모자라는 것인데 하물며 7만2천여 명의 인구를 고작 11명(6천5백45명당1인)의 경찰관이 「커버」하라는 것은 처음부터 상식이하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치안당국은 인원부족·경비부족·장비부족 등의 핑계가 언제까지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부와 경찰존립의 제1차적 의의라 할 치안확보를 위해 정부는 근본적으로 생각을 달리해야 하겠으며, 적어도 방범과 도둑소탕에 대해서는 어느 시책보다도 우선적인 고려를 해야할 것이다.
치안당국은 모름지기 4개월 전 자신들의 입으로 『도둑 없는 내 고장 만들기』운동을 범국민적으로 벌이자고 제창한 그 결의와, 각오를 되살려 도둑소탕에 더한층 분발해 주기를 바란다.
이와 함께 모든 시민들도 방범의식을 높여 스스로 자위적인 방범태세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도난에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는 피해자의 방심·부주의 등에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갈이 무더운 여름철은 방학·피서 등으로 가족들이 집을 비우는 수가 많고, 또 창을 열어놓고 자거나 문단속을 소홀히 하기가 일쑤인데, 이런 헛점을 도둑이 노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아무리 덥고 짜증스럽더라도 항상 방범의식을 망각해서는 안되겠으며, 특히 「바캉스」 라 하여 나이 어린 가정부만 남겨놓고 전 족이 장기간 집을 비우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철조망 없는 사회」, 「도둑 없는 내 고장」을 만들기 위해 국민 모두가 더욱 애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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