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전쟁이 지나간 식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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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쟁이 지나간 식탁. 시간이 멈췄다.
바그다드 남쪽 알 유세피카 마을.
어둠을 날아온 연합군의 대포알이
아침의 긴장을 찢어놓은 27일
10명이 죽고 25명이 다쳤다.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공포 속에서
온 몸을 휘감는 두려움에 밤새 떨었으리라.
그리고 찾아온 전쟁터의 아침.
철부지 막내가 아빠 몰래 한 입 먹었을까
반 쯤 베어 먹은 빵 한 개 외에
아무도 손대지 못한 샤무아씨의
소박한 식탁엔 흙먼지만 수북하다.

어머니가 죽고 아이 둘이 죽고...

엄마의 사랑과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아버지의 희망이 사라진 식탁엔
시간만이 남아
처참했던 순간을 증언하고 있다.

[글=김춘식 기자, 사진=LA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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