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계의 새 바람…「카터 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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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름 없는 「조지아」주의 전 지사「카터」가 민주당대통령후보로 지명된 현상은 미국의 정당제도의 와해라고까지 해석되고 있다. 다음은 소위「카터」현상이란 이러한 이변에 대해 MIT정치학교수「월터·딘·버남」(선거제도전공)과의 「인터뷰」를 「US·뉴스·앤드·월드·리프트」지에서 간추려 옮긴 것이다. <편집자주>
-무명의 정치가가 민주당대통령후보로 지명된『「지미·카터」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버남=「지미·카터」가 성공한 것은 미국이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단히 광범위한 불행한 사태에서 기인한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미국인들은 자제를 중시하는 정치적 가치에 마음을 쏟고 있는 것이다.

<관료제에 적대감>
전반적으로 국민들은 관료제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고 비인간적인 거대한 기구에 의해 명령받는데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지난15년 동안 미국인은 연방정부에 의해 과거와는 아주 딴판인 세계로 밀려들어갔다. 이것은 여러 가지 문제에 있어서 국민들을 아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국민들의 가치기준을 그르치게 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의 생활에 대한 통제를 상실했다고 느끼게 했다.
-민주당이 극적으로 궐기하게 된 것은 영구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전적으로 「카터」개인에 의해 조장된 것인가?
버남=태반이 「카터」개인에 의해 조장된 것이다. 장차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가 권력을 잡으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카터」현상은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기구를 통솔하는 사람은 그가 대처해야할 객관적인 많은 문제가 있다. 「카터」가 이런 문제들과 대처하게 됨에 따라 그에 주어지던 광범위한 지지가 침식될 것이다.
-「카터」현상은 「로널드·리건」의 인기의 뒷받침이 되고 있는 힘과는 다른가?
버남=아주 다르다. 양자사이에는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다. 그것을 적극적인 자세와 소극적인 자세간의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리건」은 정부의 현 국내외 정책을 준엄하게 비난하고 있다. 「리건」은 우리에게 『옛날의 좋은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식의 이념적인 호소를 하고 있다. 「리건」이 지금 말하고 있는 것들은 64년「배리·골드워터」가 제시하던 것과 어떤 관점에서도 아주 비슷하다.

<카터 현상 오래 못 가>
이에 비해 「카터」는 보다 적극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는 미국인들이 선량하며 미국의 체제가 구제받을 수 없을 정도로 파산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들만큼 선량한 정부를 갖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카터」와 「포드」가 모두 보수적인 경향이 있는데 이번 선거에서 진보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어떤 것인가?
버남=많은 진보주의자들은 진보적인 후보가 없는 이번 선거에 별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딴 사람이 없으니 내게 투표하라』는 「카터」의 말이 의미하는 것과는 같은 뜻이 아니다. 「유진·매카디」가 11월에 무소속후보로 나온다고 해도 그에게 진보파들이 모두 몰려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진보파들은 투표에서 기권할 수는 있다.
만약 많은 진보파들이 그렇게 나온다면 그것은 민주당에는 진짜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일은 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카터」가 선거운동 중에 진보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연설을 충분히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진보주의자들이 「카터」를 추종하든 말든 간에 「카터」가 진보주의자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선거가 미국의 정치제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가?
버남=물론이다. 이제 당내 파벌간의 흥정을 통한 지지 기반확대와 같은 필요는 줄어들고 대신 언론기관의 영향력이 큰 비중을 갖게 되었다. 이제 당 기구의 영향력 대신에 강력한 지도력을 바라는 일종의 정치적「시저리즘」이 대두되고 있다.

<진보파는 흥미 잃어>
-그와 같은 현상은 곧 이 나라에 선동적 정치가(데마고그)가 집권할 위험을 예고하는 것인가?
버남=그렇다. 그 점이 크게 우려된다.
놀라운 사실은 「카터」가 정책에 관한 자기 소신을 별로 드러내지 않고 민주당을 장악한 사실에 있다. 그렇다고 그가 「데마고그」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추세가 그러니 주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예상 밖의 사태는 무엇인가?
버남=공화·민주 양대 정당이 그처럼 급속히 와해되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통용되어온 정당체제의 전통적인 영향력이 그처럼 무력해졌다는 점이다.
현직 대통령「포드」의 고전이 그걸 말해준다.
-양대 정당이 영향력을 잃고있다면 그 뒤에 오는 것은 무엇인가?
버남=아마 전통적인 당 기반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선거에 입후보하는 자들은 자신의 당적을 내세우겠지만 그것은 정치적으로 유리할 경우에 국한될 것이며 무소속후보수가 늘어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개인 중심적이고 언론중심의 선거운동이 유행될 것이라는 것이다.

<제3당 가능성 커져>
-제3당의 등장 가능성은?
버남=크다고 본다. 동시에 기성정당 내에서도 개혁의 물결이 일어날 것이다. 기성정당들은 소수파의 도전에 취약성을 드러내게 되는데 소수파가 기존 당 지도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유지될 경우 제3당의 등장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무소속대통령후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긴가?
버남=그렇다. 이미 그런 현상은 일어나고 있다. 표면에 나타나지 않았을 따름이다. 그러나 정당체제의 와해현상이 아직은 당적이 부담이 되는 정도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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