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과의 어로약정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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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열흘간 황해에서 어로 중이던 우리 어선들이 중공에 의해 납치되고 조업방해를 받는 등의 부상사가 연이어 발생했다. 정부 당국의 조사에 의하면 납치된 56t급 안강망어선 2척은 각기 소흑산도 서남쪽 1백10「마일」과 90「마일」, 중공연안으로부터는 각기 1백10「마일」과 1백30「마일」공해 상에서 납치되었다는 것이다. 또 28급 안강망 어선 1척이 중공선박들에 의해 조업방해를 받은 것도 그 부근 해역이다.
경위도로 표시된 납치·어로방해 해역은 공해임을 분명히 해주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중공측은 지난 17일 한국어선이 그들의 영해와 어로금지구역을 침범했기 때문에 납치했다고 주장했다.
소상한 진상조사를 거쳐 19일에 발표된 외무부 성명은 공해상에서 어업 중이던 우리 어선의 납치와 방해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 어선과 어부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면서 중공측과 조업질서 및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약정을 마련할 용의를 밝히고 있다.
외무부성명이 표명한 우리의 입장이나 어로분쟁해결방안은 원칙적으로 합리적이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안에 중공이 어떤 형태로든 장기적 해결방안 마련에 응해 줄지는 지극히 의문스럽다. 그러니 우리로서도 원칙표명만이 아닌 어떤 대응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중공에 의한 우리 어선납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66년부터 4회에 걸쳐 5척을 납치해갔다. 다행히 종전의 피랍어선들은 며칠만에 모두 돌아왔지만 지난 11일 신화사통신을 통해 발표된 중공 당국의 경고에 비추어 앞으로도 그럴지는 확실치 않다. 때문에 우리의 대응은 이제까지 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용의주도해 지지 않으면 안되겠다.
적극적이어야겠다는 것은 황해와 동지나해에서의 중공의 일방적 어로제한이 불법적이라는 인식에서다.
중공은 지난 58년 중국본토와 연안의 도서를 잇는 직선기선으로부터 12해리의 영해를 선언했다. 따라서 그밖의 해역은 공해로 인정했다. 그렇다면 우리 어선 2척이 납치된 곳이 공해라는 것은 중공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사리가 이럴진대 중공의 어선 납치행위는 명백한 공해상의 해적행위로 지탄되어 마땅한 일이다. 스스로 불법을 저질러 놓고 우리에게 소위 해적행위 운운한다는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공해상이라도 어로제한을 할 수 있다고 강변할는지 모르나 그것은 관계국간의 합의 내지는 묵인에 의해서만 국제법상 가능한 것이다.
더구나 납치 및 어로방해구역은 작년에 체결된 일·중 어업협정에 의한 어업제한요건에도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우리는 일·중 어업협정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협정에 구애될 의무는 결코 없는 것이지만, 말하자면 중공이 제3국과 어족보호를 위해 합의한 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니 사리대로 한다면 중공이 우리 어선을 즉각 석방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 이후 수산당국이 일·중공 어로금지구역 30「마일」까지 출어를 자제토록 한 조치는 이해는 되나 장기적으로 합당한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충돌과 납치를 피하려는 당국의 자중을 모르는바 아니나 남이 으르렁댄다고 우리의 권리에서 후퇴해서야 되겠는가. 그보다는 세계적으로 경제수역추세도 있고 하니 중간선 등 우리 나름대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어로저지선을 만들어 그 안에서의 어로는 해군을 동원해서라도 보호하는 적극적인 조치가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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