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빠진 마스터스 하늘마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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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시즌 첫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개막을 사흘 앞둔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 이른 오전 시작된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면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주최 측은 오전 10시쯤 “오늘의 일정을 취소한다. 모두 골프장에서 나가달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이날 시작된 첫 연습 라운드를 구경하기 위해 골프장을 찾았던 입장객들은 2시간여 만에 아쉽게 돌아섰다.

 올 시즌 마스터스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난 2일 타이거 우즈(39·미국)가 허리 수술로 인한 불참을 선언하면서 시작도 전에 악재를 만났다. 우즈의 불참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입장권 가격은 뚝 떨어졌다. 지난해 4000달러(약 420만원) 정도에 판매됐던 전 라운드 입장권 가격은 20%가량 하락했다. 라운드당 2000달러(약 210만원) 선이었던 암표 값도 1000달러(약 105만원) 밑으로 반 토막이 났다.

1000달러였던 연습 라운드 입장권은 350달러(약 37만원)로 내려갔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6승을 기록한 브랜트 스니데커(34·미국)는 “우즈가 나오지 않는데 수천 달러를 주고 입장권을 사는 사람이 많을까”라고 했다.

 마스터스는 다른 대회와 달리 본 경기보다 연습 라운드 때 갤러리가 더 많이 코스를 찾는다. 그러나 ‘마스터스 위크’의 첫날부터 폭우가 쏟아지면서 흥행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대회 주최 측은 입장료 전액을 환불해주거나 내년도 연습 라운드를 관람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로 하면서 추산으로만 1000만 달러(약 105억원)가 넘는 손실을 보게 됐다. 악천후로 첫날 일정이 취소된 것은 2003년 이후 11년 만이다.

 오거스타내셔널은 지난 2월에도 폭우로 큰 피해를 봤다. 얼음폭풍(Ice Storm)이 코스를 강타하면서 100년 넘게 코스를 지켰던 ‘17번 홀의 명물’ 아이젠하워 나무가 크게 훼손돼 잘려나갔다. PGA 투어 16승을 거둔 짐 퓨릭(44·미국)은 “아이젠하워 나무가 사라진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나무가 사라진 17번 홀은 평범한 홀이 됐다. 티샷 공략이 너무 쉬워졌다”고 아쉬워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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