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기도 없는 건널목 방치10년|묵살된 주민진정|주번 시야 가린 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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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갈월 건널목참사는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으나 관계기관의 무성의로 시설보완이 미뤄져오다 일어난 것이다.
사고가난 건널목은 서울∼의정부간 국도에서 서울미원 공장으로부터 1Om쯤 떨어진 곳.
서울도봉구도봉동과 방학동주민 5만여 명과 이일대의 서울미원·서울제지·도봉사(양피 봉제 보세가공공장)등 4개 공장 및 도봉 중학교가 이곳을 진입로로 이용하고 있다.
철길로는 열차가 하루에 50회 운행하고 있으며 진입로로는 5백여 대의 차량과 8천여 명이 통행하고 있다.
이같이 통행량이 비교적 많은 곳이나 이 건널목은 10년 전 미개발상태매 제4종 건널목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간수·차단기는 물론 경보기조차 없고 위험표지판만이 설치돼있을 뿐이다.
더구나 진입로를 중심으로 북쪽의 국도 쪽에는 녹지대가 있고 서울미원 쪽에는 서울미원인 입선 감시초소가 있어 이곳을 통과하는 차량들의 북쪽시계가 가로막힌「위험방치구역」 이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는 지난 2월29일 상오10시48분 서울동차사무소소속310호 열차(기관사 김영상·37)와 서울미원공장을 다녀오던 인천 신흉화물 소속경기7아9601호「트럭」(운전사 김정만·32)이 충돌, 운전사 김씨와 조수 김선환군(16)등 2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열차승객4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을 비롯, 매년 3∼4회씩 충돌사고가 일어났다.
이 같은 위험건널목에 대해 주민들은 그때마다 건널목을 제1종이나 2종으로 변경, 차단기나 간수를 설치해 줄 것을 관계당국에 진정했으나 번번이 묵살 당했다는 것이다.
이같이 이들의 진정이 묵살된 것은 71년 시행된 철도건널목개량촉진법 때문.
이 법은 기존국도와 지방도로를 철도가 건너가는 경우 교통부가 건널목안전시설설치책임을 지게 했으나 기존 철도에 국도나 지방도가 신설될 경우 국도는 국가(건설부)가, 지방 도는 각 시·도가 그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철도주변에 주택가나 공장이 들어서면서 신설되는 지방도의 경우 해당 시·도에서 안전 시설을 설치할 책임이 있으나 이들 기관은 「교통관계기관」이 아니고 예산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이를 미루고 있다.
또 이들 시·도는 수혜자 부담원칙을 내세워 인근 주민이나 기업에 해당 경비를 부담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시설 설치가 늦어지는 것이다.
갈월 건널목의 경우 66년 서울미원공장이 건널목에서 2백m떨어진 곳에 들어서면서 공장과 주택가가 들어서 통행량이 늘기 시작했다.
또 하루통과차량 5백여 대는 대부분 서울미원을 출입하는 것들로 서울미원사도(사도)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벙커」C유 등 인화성물질을 운반하는 대형「트럭」들이 포함돼 있다.
호남정유인천주유소에 따르면 이 주유소에서 서울미원공장으로 수송하는「벙커」C유는 하루평균 10만L(5백「드럼」·4개「트레일러」분).
이같이 많은 물동 량이 이 건널목을 통과하기 때문에 충돌사고가 일어날 경우 사고가 대형화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으나 행정당국이나 서울미원 측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이 건널목으로부터 의정부 쪽으로 2km쯤 떨어진 건널목은 갈월 건널목과 비슷한 처지로 안전시설이 없었으나 이 건널목을 진입로로 이용하는 삼양「라면」에서 경비를 부담, 자동차단기를 설치하여 갈월 건널목과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더구나 이 갈월 건널목을 지나 서울미원 쪽으로 15m쯤 떨어진 곳에는 서울미원이 71년 부설한 전용철도(인입선)의 건널목이 있으나 서울미원은 부설당시 경비원2명을 배치키로 한 당초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곳에도 또 다른 충돌위험이 도사리고있다.
이번 사고는「트레일러」운전사의 주의 태만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근본적인 안전시설보완이 없는 한 이 같은 참사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교통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국의 철도 건널목은1종 2백62개소를 비롯,2종 1백55개소,3종63개소,4종2천2백61개소,5종3천2백52개소 등 모두 5천9백93개소가 있다(입체교차 2백88개소 제외).
1종은 간수가 주야근무하며 경보기와 차단기가 설치돼있고 2종은 간수가 주간에만 근무하며 3종은 간수 없이 경보기만,4종은 주의표시판만 설치돼있고 5종은 아무런 표시도 없다.
따라서 3종까지 4백80개소(8%)를 제외한 전체 92%의 건널목이 항상 사고의 위험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주요철도사고(해방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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