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사태」놓고 격론13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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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 정무회의는 17일 아침 10시반부터 밤10시40분까지 13시간 동안 발언자만도 연60명이나 동원됐고 막후 절충을 한다고 세차례나 정회했으나 타협점은 「대의원 등록 연기」 단1건. 폭력 사태가 있었던 영동 지구당 개편 대회를 인정하느냐, 재조사하느냐를 놓고 주·비주류가 격론을 계속한 이날 정무회의에서는 처음부터 주·비주류가 대결.
비주류의 정해영 의원이 『사무총장이 영동 개편 대회에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 그것부터 알아보자』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유치송 사무총장이 경위를 설명.
당시 영동에 내려갔다가 비주류측 청년 당원들에게 얻어맞은 최형우 의원(업저버)이 자기가 당한 폭행 사건과 아울러 분위기를 증언했다.
그러나 비주류측은 다른 해석을 했다.
김옥선씨는 『영동 내력은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전제, 『나라도 대회 날짜 잡아 놓았는데 중지령 내린다면 불응했을 것』이라며 『최형우·이용희 의원이 맞았다지만 비주류 평당원도 맞았다』고 응수.
비주류의 고흥문·김원만·이중재·이기택 의원·김응주씨 등은 『영동 문제도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일괄처리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충환·이민우·유치송·김수한 등 주류 의원들은 『흥정 대상은 될 수 없으니 조사위를 구성하여 해결하자』며 이용희 의원이 등록 대의원 과반수의 서명을 얻어 내놓은 이의 신청서도 거론. 영동 문제에 대해 비주류측은 김 총재보고 양보하라는 식. 고흥문 의원은 『눈 질끈 감고 아량을 보여 달라』고 했고, 김원만 의원은 『윗사람이 양보해야지 누가 양보하겠느냐』고 했다.
비주류의 영동 문제에 대한 고집과 주류의 인준 처리 우선 주장은 끝없는 설전만을 계속하다 김수한 의원이 『총재와 최고위원 하겠다는 사람들이 따로 만나 얘기하라』고 제의해 막후 협상에 들어갔다.
점심 식사 후 처음엔 김영삼 총재와 고흥문 의원이 당 총재실 문을 걸어 잠그고 단독 요담. 뒤에 주류의 이충환·이민우, 비주류의 정해영·김원만·정운갑 의원도 총재실에 들어갔으나 1시간 가까운 요담 후 모두 『별로 얘기가 안 된다』며 정무 회의장으로 갔다.
고흥문 의원은 『주류측이나 보고 계속 영동을 문제삼지 말라고 하는 것은 비주류 깨자는 것』이라고 했다는 것.
김 총재는 『비주류 당헌개정안 전당대회 상점도 보장했고 이젠 줄 것 다 줬다. 이젠 줄 것이 없다』고 했고, 이민우 의원도 『마당 빌려주면 마루, 마루 빌려주면 안방까지 빌려 달란다』고 비주류를 공박.
다시 열린 정무회의에선 사회를 보는 김 총재가 인준을 상정하려고 방망이를 치려는 순간 바로 의장석 앞에 앉아 있던 정해영 의원이 방망이를 붙들어 상정 통과를 실력 저지.
방망이를 치지 못한 김 총재는 『지구당 위원장 인준안을 상정한다』고 선포함으로써 성립됐다. 『방망이까지 칠 필요가 없다』면서 정 의원의 실력 저지가 무효임을 선언. <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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