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사태가 벌어지기 오래전부터 군 사이엔 ‘서울 핵심지역 방어’ 문제가 심각히 논의됐다. 북한이 다연장포와 장사정포로 불시 공격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럴 경우 한국의 지휘계통은 무너지고 심각한 사태가 벌어진다” 군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의 말이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3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예고 없이 장사정포로 서울 도심과 수도권을 공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무인기는 조용한 기습 공격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무인기 활용한 대남 공격 시나리오는 …
‘스마트폰+무인기’ 실시간 정보 전송
북한 무인기는 한국이 처한 군사적 위험 수준을 상기시킨다. 이번에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마감 처리가 거칠고 조잡하다. 상용의 경우 북한 무인기처럼 거칠고 무겁고 제작이 까다로운 플라스틱계 복합소재인 FRP를 사용하지 않는다. 튼튼해서 주로 군에서 사용한다. 부품도 대부분 중국·대만·일본제로 상용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낮은 수준이다. 다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및 위치확인용 송수신장치와 통합돼 있는 비행제어컴퓨터와 소프트웨어(SW)는 나름 정교하다.
이와 비슷한 한국군의 무인기는 2013년 4월 군이 채택한 유콘시스템 리모아이(Remoeye)가 있다. 전장 1.72m, 폭 2.59m로 북한 것과 크기가 비슷하다. 그러나 이륙 중량 6.8㎏이고 배터리-모터를 사용해 북한 무인기의 절반 이하 중량으로 조용히 완전 자동 비행한다. 야간 감시가 가능한 적외선 영상장비와 실시간 전송장비를 갖췄다.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
그런데 북한 무인기엔 그런 무선 전송장비가 없다. 20㎞ 이상 거리로 전파 전송이 가능한 장비는 해외에서 상용 제품으로 판매된다. 국내에서도 무인 헬기 등에 장착해 방송·영화 촬영용으로 이미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도 북한은 장착하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은 다음 단계로 이런 장비를 장착한 무인기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매우 위협적이다. 한 전문가는 “국내 대포폰을 장착해 카메라와 연동하면 비행 루트 부근의 기지국을 통해 전송할 수 있고 문산 기지국을 통하면 개성에서 받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위험한 용도는 북한이 휴전선 인근에 배치한 350여 문 장사정포의 탄착점을 확인하고 수정하는 데 동원하는 것이다. 사정거리 60㎞인 장사정포는 정밀도가 떨어진다. 군 관계자는 “50㎞에 오차가 0.5㎞다. 표적을 확실하게 파괴하려면 마구잡이 포화 공격을 해야 한다. 그런데 소형 무인기가 서울 상공에서 탄착 상황을 전송해 준다면 정밀 사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촬영한다면 그런 가능성도 걱정해야 한다. 군과 청와대의 고민이다.
전시라면 아군 상공에 떠서 이동 경로와 배치 상황을 실시간으로 북으로 전송할 수 있다. 이처럼 소형 무인기는 전략적 정보는 얻지 못하지만 작전용 전술 정보 확보에는 유용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방공망으론 북한 무인기 탐지-요격이 어렵다. 군에서는 줄곧 적절한 탐지 레이더 도입을 논의해 왔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들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소형 무인기의 경우 문제는 ▶너무 작다 ▶초저공 비행을 한다 ▶무겁고 제작이 까다롭지만 FRP 소재가 전파를 흡수하는 스텔스 기능이 있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배치돼 있는 저고도 탐지 레이더는 길이 10m가 넘는 AN-2나 헬리콥터를 잡아내는 데 최적화돼 있다. 1~2m 크기 소형 무인기의 경우 레이더상 구별이 어렵다. 대포병 레이더를 운용했던 한 예비역 장교는 “고해상도의 대포병 레이더는 소형 물체도 추적할 수 있지만 고고도로 추적 각도를 정해 놓아 저고도 물체는 탐지를 못한다”며 “각도를 낮춰 탐색한다 해도 저공 비행을 한다면 야산에 반사되는 강한 반사파에 섞여서 들어오기에 구분하기 어렵고 레이더 필터에 걸러져 버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청와대만 장비 설치할 수 없어 문제
가능한 장비로는 높은 주파수대역의 소형 AESA 레이더들이 있다. 이스라엘의 RPS-42나 삼성탈레스에서 개발 중인 레이더들이다. 대당 10억원에서 2억~3억원이며 10~3㎞ 거리에서 새도 잡아낸다. 문제는 돈이다. 수도권을 둘러치려면 수천억원이 든다. 청와대만 깔면 여론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요격도 쉽지 않다. 현 주력 대공망인 지대공미사일로 요격하기에는 표적이 너무 작다. 10억원짜리 미사일로 2000만원짜리 무인기를 쏘면 ‘파리 잡으려고 대포 쏘는 격’이다. 못 맞춰서 민가로 떨어지면 후유증이 심각하다. 대공포 화망을 만들어 잡는 게 가장 효과적인 요격 방식인데 역시 많은 수를 배치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게 대공포 만티스이지만 한 세트에만 150억원이다. 국산은 50억원인데 성능이 떨어진다. 어느 쪽이든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많은 수량을 배치해야 하고 요격시스템과 연동돼야 하는 점도 문제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발생하는 남한 방공망의 허점을 북한이 적극 활용하려 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동대문 운동장 크기 초토화하는 ‘방현’
북한의 방현 무인기가 조용히 황해남도 누천 비행장을 떠난다. 북한이 다수 복제생산한 방현 무인기다. 방현은 길이 3.3m, 날개 폭 4.3m, 이륙 중량 143㎏이며 무장 탑재 능력 28㎏이다. 거기에 집속탄이 실렸다. 동대문운동장크기의 땅을 초토화할 수 있는 양이다. 이번에 추락한 무인기는 2~3㎏의 적재 능력밖에 없어 화학무기 아니면 공격기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런 방현 10대가 서울 도심을 향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 <가상 상황>가상>
이 방현이 전술정보 송신 능력과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 항공 관련 연구소의 강모 연구원은 “북한이 전쟁 전 청와대나 국방부에 폭탄을 장착한 방현 무인기 수십 대로 은밀하게 기습 공격한 뒤 전면 침공한다면 한국군을 혼란에 빠트리고 기선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현 무인기와 비슷한 체급의 한국군 무인기로는 레이더 공격용 무인기로 운용 중인 하피-2가 있다. 이륙 중량 137㎏, 무장 탑재 능력 23㎏이다. 방현 무인기도 용도를 바꾸면 하피와 비슷한 공격용 무인기로 사용할 수 있다. 전시에는 아군의 이동 상황을 정찰해 북한군의 침공 작전에 결정적인 정보를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이 전략적 정보를 얻을 수 없고 전술적 정보만 얻을 수 있는 수준 낮은 무인기를 보낸 의도에 대해 여러 분석이 따른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북한이 소형 무인기로 실제 전투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이 전문가는 “전사(戰史)를 돌아보면 전술 정찰 활동은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침공 루트의 실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쟁 직전에 하는 정찰 활동이기 때문”이라며 “그런 점에서 김정은이 취임 이후 여러 번 북한군 지휘관들을 모아 놓고 2015년 이전에 최후의 결전을 벌여 적화통일을 이루겠다고 말해 온 점이 걸린다”고 말했다.